'장자연 편지' 내용 모순점 등 위작 증거 공개

16일 '장자연 편지'가 친필이 아니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결과 발표에 이어 경기지방경찰청도 교도소 수감자 전모(31.가명 왕첸첸)씨의 위작이라는 증거들을 공개했다.

경찰은 전씨가 시나리오를 쓰는 등 글솜씨가 뛰어났고 글씨체가 여러 개 있었다는 동료 재소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실과 맞지 않는 편지내용

장씨가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작성한 것으로 돼있는 편지에는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으나 해당 영화의 제목이 '그들이 온다'에서 '정승필 실종사건'으로 변경된 것은 장씨 사망 이후인 2009년 6월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또 편지중에 전씨가 작성해 검찰청에 제출하려다 장씨의 만류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2008년 10월 12일자 진정서에 '해외 접대골프를 가지 않아 차량을 빼앗겼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는 2009년 2월 발생한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장자연 편지'와 전씨 처 및 처의 지인이 보낸 것으로 된 편지의 단어 중에는 '거짓'을 '거짖', '물론'을 '문론', '현재'를 '현제', '인맥'을 '입맥', '동료'를 '동녀', '되다'를 '돼다'로 오기하는 등 동일인에 의해 작성되지 않고는 반복될 수 없는 패턴이 중복 발견됐다.


◇봉투 위작도 교묘

압수물 중에는 날짜가 다른 50개의 우체국 소인과 우표, 교도소 내 방실번호 부분만을 따로 모아 복사한 A4용지 2장이 있었다.

복사된 소인 33개를 그대로 사용한 우편봉투 사본과 우표와 소인 부분의 테두리를 굵은 사인펜으로 칠해 복사한 것으로 보이는 봉투 사본도 확보됐다.

경찰은 전씨가 소인, 우표, 방실번호 등을 조합해 장씨가 보낸 것처럼 새로운 형태의 봉투를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글솜씨 빼어나..언론보도 보고 필적연습"

동료 재소자는 경찰조사에서 전씨가 30~40쪽 분량의 '악마의 피'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쓰는 등 글 솜씨가 뛰어났다고 했고, 다른 동료 재소자는 전씨의 글씨체가 흘림체, 정자체, 여자 글씨 등 여러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전씨에게서 장씨 관련 스크랩이 30여장 발견됐고 면회 온 지인과 교도관에게 장씨 관련 기사 검색을 요청한 사실 등으로 미뤄 스크랩 기사 등을 통해 장씨 관련 사실을 습득한 뒤 언론에 공개된 장씨의 자필문건을 보고 필적을 연습해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2009년 6월 부산구치소 교도관이 작성한 접견내용기록에는 전씨가 '자연이 편지 온 거 사실 퍼온 건데'라고 면회 온 사람에게 얘기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프로파일러 "과대망상 등 정신분열 초기단계"

지난 11일 전씨를 면담한 경찰청 프로파일러는 "과거 범행에 대한 조사와 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유명 연예인과 개인적으로 친하고 자신을 대단한 능력자로 믿는 과대망상 증상과 사고과정의 장애를 보이는 등 정신분열증 초기단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동료 재소자는 전씨가 '고인과 오빠동생하는 사이로 출소하면 연예기획사를 차려 고인을 메인 연기자로 스카우트하겠다. 고인의 죽음을 복수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하루에 5~6통의 편지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