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학군 지원율 급감…선택폭 좁아져
`특목-자율-일반고 서열화' 분석도

올해 2년째를 맞은 서울지역 고교선택제 시행 결과 타학군 지원율이 뚝 떨어진 가운데 강남 등 선호 학군의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명문고가 대거 자율형사립고(자율고)로 전환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지원 가능한 학교가 한 곳밖에 남지 않는 상황도 빚어져 제도 자체의 존립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2011학년도 서울지역 후기 고등학교(자율형공립고 17개교 포함 193개교) 입학예정자 8만3천515명의 배정·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일반배정 대상자 8만2천300명 중 86.3%인 7만1천61명이 1~2단계에서 두 곳씩 희망했던 학교에 배정됐고 13.7%(1만1천239명)는 희망하지 않은 학교로 가게 됐다.

이른바 선호 학군의 `진입장벽'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매우 높았다.

사교육 과열지구인 강남(6.1대 1), 북부(5.4대 1), 강서(5.2대 1)는 1단계 지원 경쟁률 1~3위를 차지했지만 타학군 학생 배정률은 평균(29.4%)보다 낮은 15.5%, 19.2%, 15.3%에 머물렀다.

타학군에서 강남지역으로 지원한 학생은 1천637명으로 다른 지역보다 최대 수십 배 많았지만, 반대로 강남에서 타학군을 지원한 학생은 94명에 그쳐 전입 희망자의 5.7%에 불과했다.

이는 강남권 학생 대부분이 자기 학군 소재 학교를 지망했다는 뜻으로, 작년에 이어 강남의 장벽은 높고 쏠림 현상은 여전했음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정지역 학생이 타학군에 지원해 배정받을 확률은 29.4%로 작년(24.9%)보다 4.5%포인트 올랐지만, 1단계에서 타학군을 지원한 학생 수는 전체 일반배정 대상자의 10.3%인 8천486으로 작년(14.4%)에 비해 3분의 2 수준이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작년보다는 학생들이 통학 편의 등을 더 고려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호 학교들이 대거 자율고로 전환해 학생들의 선택폭이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은 재작년 13개(하나고 제외)의 자율고를 지정한 데 이어 작년에도 13곳을 추가 지정해 올해 일반 배정대상 학교는 신설학교를 감안해도 10개교가 줄었다.

이에 따라 동대문, 양천구에서는 남학생이 지원할 지역 내 학교가 각각 한 곳뿐이었다.

한 교육전문가는 "1단계 타학군 지원자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상당수 중상위권 학생이 자율고로 빠져나갔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결국 고교가 특목고, 자율고, 일반고로 빠르게 서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시교육청은 "6월까지 제도의 존폐를 포함한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2012학년도에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할지는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황철환 기자 jslee@yna.co.kr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