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회식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노래방 문화다. 일본의 가라오케 문화가 정작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노래방 문화로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혼자 노래 부르고 뽐내는 것에는 열심이지만 합창에는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다행히 요즈음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들이 합창을 통해 화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소개되면서 합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로펌 광장(Lee&Ko)의 사내동호회인 합창단 '레가토(legato)' 단원들은 오래 전부터 함께 부르며 만들어 나가는 하모니의 짜릿한 감동을 만끽하고 있다.

로펌에 합창단? 뭔가 잘 안 맞는 궁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분야별 전문가들에 의한 완성된 팀플레이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로펌 광장의 업무는 하모니를 중시하는 합창과 많이 닮아 있다. 이런 합창단의 정신은 스타카토와 달리 이어서 연주한다는 뜻의 레가토라는 합창단 이름에도 녹아 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데 큰 거부감이 없는 분이라면 누구나 레가토의 단원이 될 수 있습니다. " 2003년 국제중재팀장 임성우 변호사의 단원 모집 공고에 용기를 내 하나 둘씩 모여 시작된 레가토는 이제 50여명의 단원을 자랑한다. 사내 변호사,변리사,직원은 물론 이들의 부인도 참여하는 등 가족적인 분위기다. 반주는 피아노 전공을 하려다가 도중에 길을 바꿔 법조인의 길로 들어선 금융팀 이소영 변호사가 맡고 있어 단원들이 호흡 맞추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내가 노래를 하지만 내 귀에는 나의 목소리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고 크게 들려야 합니다. 이것만이 진정한 합창을 가능하게 합니다. " 단원들 사이에서 '임마에' 혹은 '임칼린'으로 불리는 임 변호사의 지휘에 이끌려 목소리를 내다 보면 좀처럼 맞춰질 것 같지 않던 화음이 어느새 마법처럼 조화를 이룬다.

아마추어 합창의 묘미는 수준에 맞는 좋은 곡을 찾아 즐기며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레가토의 레퍼토리도 회사의 업무 분야처럼 국제적이다. 스웨덴 등 유럽의 가곡,미국 흑인영가,일본 동요,아프리카 줄루족의 합창음악 등 국내에서는 희귀한 레퍼토리를 발굴해 수시로 음악회를 갖는다. 로펌에 이런 합창단 활동이 가능한 것은 연습 시에 자리를 비우는 단원을 위해 대신 업무를 도와주는 동료들의 따뜻한 배려와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서다. 레가토는 월 1회 연습 및 친목 시간을 가지며 사내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연간 1회 정기 음악회를 갖고 있다.

"오늘 아침 아름다운 합창으로 행복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해 주신 여러분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여러분이 있어 우리 로펌이 더욱 자랑스럽고 보람됩니다. 감사합니다. " 지난달 3일 합창단 주도로 신년음악회를 성황리에 끝낸 뒤 윤용석 대표변호사가 보내 온 메시지에 단원들은 더욱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남을 행복하게 하고 그로 인해 스스로 더욱 행복해지는 삶! 이것이 바로 레가토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오늘도 바쁜 일과를 쪼개 피아노 앞으로 모여드는 우리들은 행복하기만 하다.

차예주 · 김지혜 < 법무법인 광장 합창단 단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