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레임덕' 우려 수사로 정면돌파할듯

김준규호(號) 검찰이 이번 설연휴를 지나 2차 사정(司正)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하반기 김 총장 취임 후 1년여 만에 사정작업에 나섰던 검찰이 그동안 3~4개월여 끌어온 1라운드 수사의 성과를 최대한 서둘러 매듭짓고서 더욱 가다듬어진 전열을 바탕으로 본연의 업무인 사정활동에 새 각오로 나선다는 것이다.

1차는 앞서 휴지기가 길어 '몸풀기'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새로 시작될 2차 사정은 파괴력이 훨씬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라운드 사정은 `예고편' = 검찰은 설연휴를 전후해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일단락짓고 사정수사의 판을 새롭게 짜나갈 방침이다.

대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30일 "설연휴 전까지 끝낼 수 있는 사건들은 가급적 마무리하고 내달 중순께부터 새로운 사건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찰 고위간부들의 인사비리로 번지는 서울동부지검의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의혹 사건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지난 28일 구속되는 등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점차 속도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나머지 대검 중앙수사부의 C&그룹 정ㆍ관계 로비의혹 수사나 서울서부지검의 한화ㆍ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서울중앙지검의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비리 의혹 수사 등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4개월째로 접어든 C&그룹 수사와 별개로 기업이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새로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며, 작년 말 상조회사 비리 수사 후 잠행 중인 서울남부지검도 설 이후 다시 본격 가동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나온다.

◇축적된 정보, 쏟아지는 제보 = 검찰 내부에서는 작년 하반기 전례없는 동시다발적인 사정수사가 정ㆍ관ㆍ재계를 뒤흔들었지만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측 얘기다.

재경지검의 한 특수부장검사는 "과거 사례로 봐도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대형 비리사건이 빈발하고 사정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고 했다.

서슬퍼런 권력의 비호 속에 숨어있던 각종 비리나 부정부패에 관한 제보나 증언이 점차 늘면서 사정수사에 추동력을 더한다는 것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이후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 등의 추문이 겹치면서 검찰의 사정활동이 1년 이상 거의 개점휴업 상태로 있었던 탓에 축적된 비리 정보도 상당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이 과거보다는 훨씬 엄격하지만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물론 동ㆍ남ㆍ북ㆍ서부지검에는 특수부 소속으로 잔뼈가 굵은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배치돼 수사 진용도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편이다.

◇성역없는 수사로 레임덕 돌파? = 일각에서는 오는 8월 2년 임기를 마치는 김 총장의 임기가 7개월밖에 남지않아 레임덕(권력누수)이 발생하면서 수사의 뒷심이 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김 총장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최근 일선 검찰청과 '스킨십'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수사상황을 직접 챙김으로써 지휘력의 누수 없이 마지막까지 주요 수사를 힘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4일 주요 사정수사를 맡은 수도권 지역의 특수부장들을 대검으로 직접 불러 올해 첫 특수부장회의를 갖고 수사상황을 점검한 것도 이 같은 차원의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날 회의가 설 이후 본격화될 2차 사정수사의 출정식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고검장급 인사가 전격 단행된 데는 1년 이상 고위간부 인사가 묶이면서 다소 정체됐던 조직 분위기를 쇄신함으로써 수사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검 간부는 "7개월이면 총장 임기의 3분의 1인데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어떤 수사든 성과를 내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