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에 사는 주부 이소연씨(38)는 1년 전을 생각하면 '잘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흐뭇하다. 2009년 한 해 동안 코스피지수가 50%가량 급등해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눈 딱 감고 적립식으로 넣기 시작한 '한국투자네비게이터1(A)' 수익률이 지난 20일 25%를 넘었기 때문이다. 매월 말 50만원씩 투자한 펀드가 원금과 수익을 합쳐 818만원으로 불어났다. 은행 적금이자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0% 넘게 오르고 올해도 상승세를 탄 덕분이다.

이씨와 같은 경우도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시점에서 새롭게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자칫 또 상투를 잡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기간이나 시장 흐름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적립식펀드라면 큰 부담없이 가입할 것을 권한다.

증권사들의 전망대로 올해 지수가 15~20% 정도 오르면 단기간에 수익률을 챙길 수 있고,설사 하락한다 해도 조정기를 거쳐 현 지수대로 돌아오면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적립식의 마력' 덕분이다.



◆위험 분산의 최적은 적립식

펀드 투자를 할 때 전문가들은 두 가지 분산투자의 원칙을 말한다. 하나는 주식 채권 실물 등 투자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고,또 하나는 투자시점을 나누는 것이다. 투자시점을 분산해 위험을 줄이는 것이 적립식투자다. 적립식은 조정기를 거치면서 위력을 발휘한다. 조정기 저가매수로 주식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주는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주요 국내외 주식형펀드의 가입시점별 적립식펀드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코스피지수가 2064포인트까지 급등했던 2007년 10월 말부터 '한국투자네비게이터1(A)'에 적립식으로 매월 말 투자한 고객은 지수가 2106포인트를 기록했던 지난 20일 기준으로 52.90%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입 당시와 지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코스피지수가 900선까지 급락하는 동안 주식을 싸게 사 모은 덕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미래에셋디스커버리'도 34.08%의 수익률을 올렸다.

해외 주식형펀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콩H지수가 20,000 선 위에 있던 2007년 10월 말부터 '신한BNPP봉쥬르차이나2(A)'에 적립식으로 넣은 투자자의 경우 현 지수는 12,800선에 불과하지만 펀드는 15.98%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시점에 가입한 'JP모간러시아A'(34.39%) '미래에셋친디아업종대표1'(22.91%) 등도 이미 원금을 넘어 수익을 내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투자자들이 적립식펀드의 힘을 실감했다"며 "주가 급락기 불안감에 납입을 중단한 투자자와 꾸준히 납입한 투자자 간에는 수익률이 극명히 엇갈렸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 · ETF 적립식 고려할 만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인덱스펀드의 투자 매력은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 12년간 미국 주식형펀드 2만3148개 중 연간 수익률 상위 100위 안에 포함된 펀드가 이듬해에도 100위 안에 든 확률은 단 14%에 불과했다. 펀드가 꾸준하게 시장대비 초과 수익을 내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덱스펀드는 지수만 추종하도록 설계돼 적어도 시장이 오르는 것만큼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또한 인덱스펀드의 저렴한 보수도 장기투자의 상대적 수익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예컨대 주가 상승률이 연 10%인 경우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비용만 각각 연 1.5%와 3.0%인 두 펀드 간 성과는 10년 후 29%포인트,20년 후에는 124%포인트나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거래소에 상장돼 가입과 해지가 자유로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ETF를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써프라이스 ETF랩' 상품으로 적립식랩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ETF 적립식 자동주문'나 삼성증권의 '삼성 POP 주식 드림'도 매월 약정일에 지정된 ETF를 매수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