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옥 러' 기업인, 야당 평가 서로 달라
TV 방송의 자체 검열 관행도 지적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국내 정치 현안 관련 인식을 간접 비판하고, TV 방송의 자체 검열 관행을 지적하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해 화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제1채널'과 '라시야(Russia)', 'NTV' 등 3개 방송사 사장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2010년 결산' 생방송에서 투옥 중인 전 러시아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사건과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 푸틴 총리와는 전혀 다른 견해를 밝혔다.

◇ "호도르코프스키 사건 언급 말아야"

대통령은 올해의 주요 정치 현안들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가운데 러시아 최대 석유재벌이었다가 탈세와 횡령 등의 혐의로 8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중 또 다른 혐의로 추가 기소된 호도르코프스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은 이 사건에 대해 논평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정상이든 다른 공무원이든 간에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판결이 나기 전에 자신의 견해를 밝혀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호도르코프스키의 유죄를 강조하는 발언을 한 푸틴 총리를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푸틴 총리는 앞서 16일 TV와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호도르코프스키의 죄가 증명됐으며 도둑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와 관련 현지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는 이날 메드베데프가 호도르코프스키 사건과 관련한 푸틴 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 "야당 정치인들도 전망있어"

메드베데프는 또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에서도 푸틴과 차이를 보였다.

그는 '대통령과 푸틴 총리 외에 러시아에 다른 전망 있는 정치인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정치인들이 있다"며 우선 의회의 정당 지도자들을 꼽았다.

최대 야당인 공산당 당수 겐나디 쥬가노프와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 당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등을 염두에 둔 답이었다.

대통령은 이어 정권 비판에 앞장서온 자유주의 성향의 재야 야당 정치인 미하일 카시야노프, 보리스 넴초프, 에두아르드 리모노프 등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지만 각자가 모두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푸틴 총리가 국민과의 대화에서 '넴초프 등 야당 정치인들이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돈과 권력"이라고 단언하면서 "그들을 여물통에서 떼어놓았더니 돈이 떨어져 다시 돌아와 주머니를 채우려는 것"이라고 거칠게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 "방송, 자체 검열 없어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또 이날 러시아의 언론 자유 제한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방송사 사장들의 질문에 답을 하다 갑자기 "최근 TV 방송이 정보를 필터링하고 모든 진실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뉴스가 빈약하고 보여줘야 할 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역질문을 던졌다.

이에 3개 방송사 사장이 모두 대체로 현재 러시아 방송은 자유롭다는 취지의 대답을 하자 "무엇을 중요하게 다룰지는 방송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만 인터넷에서 보여지는 그날의 사건과 방송에서 보도하는 것 사이에 극적인 차이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지금은 차이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메드베데프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의 목록과 방송 뉴스가 보여주는 사건의 목록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한 해 결산 TV 생방송은 2008년 취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로 이날 정오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