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로 지지부진했던 세종시 민영아파트 건설 사업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첫마을 분양 성공으로 순항할 수 있을까.

22일 세종시 시범마을 건설업체들에 따르면 LH 첫마을 아파트는 지난 18일 순조롭게 분양됐지만 민간 아파트는 높은 부지가격으로 LH 물량보다 분양가가 비쌀 수밖에 없어 기존 조건대로 사업을 추진하기가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지난 9~18일 실시된 LH 첫마을 1단계 1582채 분양은 미달세대 없이 전 평형이 청약마감됐다. 일반공급 910채에는 2184명이 신청, 경쟁률이 2 대 1을 넘었다.

시범마을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형건설사 임원은 "세종시에서 앞으로 3.3㎡당 639만원의 분양가가 나오기 힘들 것이란 사실을 당첨자들이 모두 알고 있어 계약도 잘될 것"이라며 "LH의 첫 분양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땅값이 높아 분양가가 비쌀 수밖에 없는 민영아파트에 얼마나 수요가 몰릴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임원은 "LH보다 3.3㎡당 52만~132만원 비싼 땅값에 택지를 매입했기 때문에 민간 분양가는 아무리 낮게 책정해도 700만원대 중반 이하는 어렵다"며 "분양가가 3.3㎡당 100만원가량 차이 나면 세종시 청약 인기도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LH가 짓는 공공아파트도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며 "LH 분양 성공으로 세종시 아파트 분양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같은 조건에서 사업을 추진하기는 아직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대 삼성 대우 대림 롯데 두산 등 10개 건설사는 △LH 수준으로 택지공급가격 인하 △연체료 100% 탕감 △설계변경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총 7398억원의 토지대금 중 64%인 4700여억원과 연체이자 800억원가량을 내지 않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연체료 일부 탕감과 설계변경은 허용해 줄 수 있다며 건설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만희 청장은 "이달 들어 건설사를 찾아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LH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체료 일부 탕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