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으로 외환은행[004940] 인수전에 뛰어든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호주 ANZ은행으로 넘어갈 듯하던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품에 안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하나금융이 최대 5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인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전력'

이틀 전만 해도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처럼 비치던 하나금융의 속내는 외환은행 쪽으로 한층 기울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18일 부서장 이상 임직원들이 참석하는 '하나금융그룹 드림소사이어티' 강연회에 참석해 "직원들이 합숙하면서 현재 외환은행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외환은행 인수.합병(M&A)이 보도가 난 만큼 1주일 내로 끝내겠다"고 밝혔다.

또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갑자기 한 것 같이 이야기하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앞으로 힘을 합쳐 이번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자"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런 발언은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지주[053000] 중에서 양자택일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지난 16일 언급보다 외환은행 인수 쪽에 훨씬 힘이 실린 것이다.

더구나 하나금융은 8일밖에 남지 않은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 입찰참가의향서 접수 마감을 앞두고 아직 투자은행(IB)들 중에서 어드바이저리(M&A 자문사)도 선정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다만 "시험기간에만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더구나 우리는 M&A를 해본 경험이 많아서 내부적으로 입찰 참여 준비도 다 돼 있다"며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협상에 실패할 경우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문제는 인수자금..다양한 조달방안 검토

문제는 하나금융의 자금력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5조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론스타가 보유한 51.02%의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인수하려면 4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 외환은행 지분 6.25%를 보유한 수출입은행이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 매도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태그얼롱)을 행사하면 인수 대상 지분 규모는 57.27%로 늘어난다.

현재 하나금융이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2조원 정도에 불과해 나머지 3조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하나금융은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하이브리드채권이나 상환우선주 발행,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채권은 부채와 자기자본의 성격이 혼합된 신종 자본증권으로, 매년 확정 이자를 지급하며 만기와 상환 의무가 없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자금조달 방법으로는 상환우선주나 하이브리드채권 발행, 기존 주주 나 재무적 투자자(제3자 배정)를 대상으로 한 증자 등이 있다"며 "과도한 증자를 피하면서 2조5천억~2조7천억원 가량의 필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