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시…소재.은행.증권.보험에 관심둬야
자산 버블 촉발 우려 지적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2차 양적완화로 달러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증시의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4일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은 1∼2년 안에 한국 등 신흥국가에서 자산 버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며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Fed는 지난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6천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내년 6월 말까지 차례로 매입, 시중에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조7천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치다.

미래에셋증권의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2차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6천억달러에다 모기지증권(MBS)의 재투자규모를 합쳐 앞으로 8개월간 국채를 8천500억~9천억달러 어치 매입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Fed의 유동성 공급지속에 대한 기대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미 중간선거와 FOMC 등 주요일정 종료와 실제 펀더멘털 개선 간 시차를 고려할 때 주가 혹은 원자재 가격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나타날 수 있지만, 현 유동성 랠리 추세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라며 "원화 역시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전반적으로는 유동성이 커지는 것이니까 어쨌든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따라 금융주 특히 보험주 등에 관심을 둘만 하다"고 조언했다.

하나대투증권 이종성 연구원은 "양적완화 정책은 우리나라 증시에 호재"라면서 "글로벌 유동성 랠리와 달러 약세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 달러화 약세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이어져 위험자산 선호, 외국인 순매수 지속, 원화 강세의 연결고리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소재와 은행, 증권 업종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이날 증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코스피지수는 6.53포인트(0.34%) 오른 1,942.50으로 마감하며 연중 고점 기록을 하루만에 경신했다.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아 미국의 양적완화를 뚜렷한 호재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최근 급등세 부담을 이겨내고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강세를 이어가면서 양적완화 기대감을 선반영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는 하락 압력이 적지 않았다"며 "상승폭이 크지는 않지만 양적완화 재료가 노출된 이후에도 지수가 강세를 이어가는 점에는 의미를 둘만 하다"고 말했다.

SK증권 최성락 연구원도 "시장 전체적으로 두달간 양적완화 기대감을 반영해왔기에 이번 FOMC 회의를 기점으로 지수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Fed가 시장을 실망시키지 않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지수가 우상향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의 신동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확대는 아시아지역 자본유입으로 귀결되고 금융시장에서 자산가격 '붐(boom)' 현상이 구체화될 것"이라며 "미국 당국의 인플레이션 유도 정책은 미국보다는 아시아지역의 인플레이션을 먼저 유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증시도 상당한 '붐'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기업부문의 막대한 현금잉여, 마이너스 실질금리, 한국은행의 소극적인 출구전략 등을 고려할 때 1~2년 내 자산가격 버블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권혜진 기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