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측 "적절한 시기·장소 통해 中 인권 언급했다" 반박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할 때 수감 중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사오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 타임스(NYT)가 3일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체 민주화 운동가이자 인권 활동가인 류샤오보는 1989년 톈안먼 시위때 단식투쟁을 했고 오랫동안 중국 인권 개선을 위해 비폭력적 투쟁을 전개해온 인물이지만 날조된 국가전복 혐의로 수감 중인 상태라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어 "그러나 반 총장은 후진타오 면담에서 기후변화와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 수단과 소말리아의 갈등 해결 방안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을 뿐 중국의 열악한 인권과 류샤오보의 부당한 수감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류와 중국의 인권 문제는 반 총장의 책임 영역에 속한 것이기도 하다며, 중국은 유엔의 보편적 인권 선언에 서명했고 이를 이행할 의무를 지닌 국가라고 말했다.

사설은 반 총장은 내년에 연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우리는 1일 그의 모습이 중국 또는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일부러 실효성 없는 펀치를 날리겠다는 의도된 행동이 아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NYT는 중국의 힘이 날로 강해지면서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눈치를 살피고 있지만, 노르웨이의 노벨상 위원회는 류샤오보에게 상을 주지 말라는 중국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오히려 "중국의 새로운 위상은 더 큰 책임을 요구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 총장에게 "류샤오보의 수상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왜 연임을 원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 정부에 대해서도 반 총장의 연임 지지 여부를 재고해 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엔 관계자들은 반 총장이 어느 세계 지도자들 보다 중국 인권 문제에 지속적인 우려와 관심을 표명해 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류샤오보의 수상 소식이 발표된 후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 정상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반 총장은 즉각 성명을 냈고, 이번 중국 방문기간에도 여러 지도자들과 인권 문제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 단체들이 반 총장의 노력은 평가하지 않고, 다른 국가 정상들을 비판해야할 몫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모두 쏟아 붓고 있는 형국"이라며 "중국의 류샤오보에 대한 입장이 워낙 완강해 12월 10일 수상식까지 석방될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인권 단체들이 만만한 유엔을 상대로 해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자신들의 파워로 양자관계를 이용해 세계 각국에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와중에 반 총장이 후진타오 외에 다른 중국 지도자들에게 인권을 얘기하고, 미래 지도자를 길러내는 중국 중앙당학교 연설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오히려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유엔 대변인도 "적절한 시기, 적절한 장소에서 반 총장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인권우려국가에 지속적으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반 총장은 2일 중앙당학교 연설에서 "중국은 급성장 하고 있고 전세계에서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이는 기대와 함께 책임을 수반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인권은 현대 세계의 조화와 평화의 근간이 되는 것인 만큼 미래의 중국 지도자들인 여러분들이 인권을 포함해 유엔이 직면한 수많은 도전들을 헤쳐나가는데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