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라회장 사퇴계기로 강제수사 수순 본격돌입

검찰이 2일 신한금융지주 전ㆍ현직 최고 경영진 3명의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주 신한지주 이사회가 끝난데 따른 예고된 수순이자 3명의 소환조사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신한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신한은행 본점으로 수사진을 보내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집무실과 비서실을 샅샅이 뒤졌다.

신한은행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신 사장은 종합레저업체인 ㈜투모로와 금강산랜드㈜에 대한 400억원대 대출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자문료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주 회장직에서 물러난 라 전 회장은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 횡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이백순 행장에게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자금 5억원을 수수하고 이 명예회장 자문료 횡령에 연루된 혐의가 있다.

앞서 검찰은 신한은행의 고소와 시민단체의 고발 등으로 촉발된 신한사태를 9월말부터 본격 수사했다.

그러나 신한지주가 많은 고객과 이해 관계자를 둔 대형 금융회사인데다 이사회를 앞두고 무리하게 강제수사에 나설 경우 회사의 지배구조 재편에 예기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압수수색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이번 사건은 비자금ㆍ분식회계 등 다수의 회사 임직원이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통상의 `기업 비리'와 달리 회사 안팎에서 `빅3'를 중심으로 주주, 전ㆍ현직 임직원, 대출자 등 여러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신한 측이 이사회를 통해 최대한 자율적으로 내부 분란을 수습할 때까지 기다리다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라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퇴하고 류시열 직무대행을 선임하자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고소ㆍ고발 내용을 뒷받침하는 각종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대로 이르면 이번주 후반부터 이들 3명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첫번째 소환 대상자는 ㈜투모로와 금강산랜드에 대한 부당 대출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신 사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앞서 검찰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국일호 투모로그룹 회장을 구속해 횡령ㆍ배임 혐의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그가 신한은행에서 수백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의혹도 조사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강건택 기자 zoo@yna.co.kr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