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해온 말이지만 저는 중국에서 가장 대단한 감독은 아니지만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감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낳은 거장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이 8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에서 관객을 만나 자신의 영화 인생을 풀어놨다.

그는 자신이 영화를 하게 된 계기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영화학교에서 촬영을 전공하고 촬영감독을 하다 '붉은 수수밭'으로 감독 데뷔했지만 대학 진학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1976년 문화혁명이 끝나고 이듬해 대학입시제도가 다시 생겼지만 한국식으로 따지면 중학교만 졸업하고 공장에서 7년간 일한 상태였기 때문에 대학 진학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미술이나 체육 계통으로 진학할까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베이징에 있는 영화학교의 촬영과에 가보라는 친구의 권유를 받고 눈길을 돌렸다.

"당시 저는 사진을 잘 찍었어요.

그래서 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연령제한인 22살보다 5살이 많다고 안 된다고 했죠."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장관 정도쯤 되는 고위 관리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을 동봉해 편지를 보냈고 몇 개월이 지나 입학을 허가한다는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클래스 메이트 26명 가운데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았어요.

대부분이 제 동생보다 나이가 어렸어요.

그래서 학업에 더 열중했는데 당시의 동급생 누구한테 물어봐도 가장 열심히 한 학생은 장이머우라 할 겁니다.

"
그는 이어 "촬영 전공이라 영화를 볼 때는 구조를 그렸는데 영화 내용이 생각 안 날 정도로 열심이었다"면서 "어떻게든 뭔가 배워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고 회고했다.

장 감독은 자신을 비롯해 '제5세대'라고 불리는 감독들이 주목받은 것은 시대의 행운을 잘 만난 덕분이라고 했다.

"고난이 끝나는 시기에는 고난의 근원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문학작품이 많이 나옵니다.

5세대 감독들은 문화혁명이 끝났을 때 나온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행운아라 할 수 있어요.

"
그는 요즘에는 영화로 만들만한 뛰어난 문학작품을 찾기 어렵다면서 제작비가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영화에 비해 원작자가 드라마를 더 선호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꼽았다.

장 감독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시나리오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면서 "스토리만 좋다면 '영웅' 같이 큰 규모의 영화든 초기 작품 같은 것이든 상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흥행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예술적 감성을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면서 예술성과 상업성을 함께 갖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받고 흥행은 못한다면 그 자리는 할리우드 영화에 내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국 영화는 점점 찍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상업적인 것도 얼마든지 예술적인 것과 맞을 수 있다.

한 가지만 충족해서는 자국 영화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했다.

짧게 깎은 머리에 카리스마 강한 모습으로 손짓을 섞어가며 열변을 토하는 장이머우 감독에게 100여명의 관객은 큰 박수를 보내면서 존경을 표했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등 한국 영화인들도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