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만큼은 자신있다"는 손학규…당직개편도 미룬 채 '국민 속으로'
지난 3일 민주당의 새 사령탑에 취임한 손 대표의 일성은 '국민 속으로'다. 당직 인선도 뒤로 한 채 연일 민생현장을 찾고 있다. 한 측근은 "손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하려고 춘천에서 나온 게 아니지 않느냐"며 "당직보다는 국민들의 삶 속으로 적극 다가가는 게 더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대표의 '복심'을 전하는 대변인과 사무총장 외에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은 물론 정책위의장 민주정책연구원장 등 주요 당직을 모두 중립적인 인사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영남출신의 486 출신 김영춘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486을 포용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지난 5일 손 대표는 첫 민생 일정으로 강원도 평창의 고랭지 배추밭을 찾았다. '배추 정국'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식탁 물가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농민들의 고충을 직접 수첩에 받아적을 정도로 그는 메모광이다. 그는 현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대해 "말뿐이었다"고 각을 세운다. 연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일에는 대전 중앙시장을 찾아 서민물가를 점검했다.
손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두 가지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원외라는 핸디캡을 민생행보로 극복하는 차원이다.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원외 대표의 보폭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다른 한 가지는 2012년 대선에 모든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대선을 향해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지지를 이끌어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게 손 대표의 구상이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올라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의 민생행보와 맞물려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게 손 대표 측의 분석이다. 민생행보를 한층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6개월을 승부처로 꼽았다.
물론 색깔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하다. 진보를 추구하되 중도를 잡겠다는 손 대표로선 고민스런 대목이다. 당장 정동영 천정배 조배숙 최고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과 이정희 민주노동당,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 야 4당의원 32명이 공동명의로 이날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재협상' 성명서를 발표했다. 손 대표의 입장을 요구하는 압력도 거세질 조짐이다. 손 대표 측은 일단 유보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FTA문제가 중도에 무게를 실은 손 대표에겐 첫 시험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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