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젖줄 가운데 하나인 도나우강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일 발생한 헝가리 서부지역 알루미늄 슬러지(끈적한 화학폐기물) 저장댐 붕괴 사고로 흘러나온 독성 성분 일부가 사흘 만에 이미 도나우강에 유입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총길이 2850㎞의 도나우강은 러시아 볼가강(3690㎞)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독일에서 발원한 도나우강은 헝가리는 물론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 유럽 6개국을 거쳐 흑해로 연결돼 있다.

7일 AFP통신은 슬러지 유출 피해 조사에 나선 헝가리수자원관리공사의 말을 인용해 "도나우강 주요 구역의 산도를 측정한 결과 이미 정상 범위(pH8)를 약간 넘어선 pH8.96~9.07에 달했다"며 "폐슬러지 성분 일부가 이미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폐슬러지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온 헝가리와 유럽연합(EU)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외신들은 앞서 폐슬러지가 사고 댐 인근 마르칼강과 라바강에까지 흘러든 상태라고 확인했지만,도나우강이 오염됐을 수 있다는 산도 조사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헝가리 측은 도나우강의 산도 변화가 다른 오염물질의 유입에 따른 것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로이터통신은 또 다른 헝가리 재난담당 관리의 말을 인용해 "라바강의 산도가 pH9 안팎인 만큼 슬러지가 도나우강으로 들어간다 해도 최종 알칼리도는 인체에 무해한 pH6~8 수준으로 묽어질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르칼강은 도나우강에서 70여㎞ 떨어져 있으며 라바강은 마르칼강과 도나우강 사이에 있다.

헝가리 당국은 사고 직후 소방인력과 자원봉사자 등 수천명을 동원해 강바닥에 1000t가량의 석고반죽을 쏟아부어 수중 둑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비중이 높은 슬러지가 강바닥을 타고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CNN은 "맹독성인 슬러지가 강에 흘러들면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강 주변에서 자라는 농산물에도 독성이 축적되는 등 생태환경 시스템의 심각한 파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헝가리 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유출된 알루미늄 폐슬러지는 pH13의 강(强)알칼리성을 띤 것으로 알려졌다. 양잿물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