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 나환자들을 돌보던 손양원 목사(1902~1950년)는 1948년 여수 · 순천사건으로 두 아들을 폭도들에 의해 잃었다. 사태가 진압된 뒤 그는 가해자들의 구명을 탄원해 양자로 삼았다. 누군가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

《바보는 신의 선물》의 저자는 그래서 "바보가 세상을 구한다"고 말한다. 인종차별(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폐지시키고 인류의 화해를 위해 일한 데스몬드 투투 신부는 아파르트헤이트의 희생자였지만 자신을 박해한 백인들을 용서하고 비폭력적이며 평화적인 화해를 동포에게 호소했다. 넬슨 만델라도 긴 감옥생활에서 해방돼 새로운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까지 폭력에 대해 비폭력으로 항쟁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들을 탄압한 중국에 대해 "우리를 강하게 해준 스승"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또한 '속도 없는 바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정직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 중에 '큰 그릇'이 많다고 말한다. 신은 그런 사람에게 미소를 보내며 이런 그릇이 세상을 구한다는 것.자신도 대학에 간신히 들어가고 연구생 시절에도 열등생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무모하리 만큼 바보스럽게 공부한 결과 학자로서 성공했다고 털어놓는다.

이기적이고 똑똑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상,얕은 지성과 상식의 틀에서 벗어난 '어리석음'과 비록 둔해 보이지만 '속이 깊은 삶의 방식'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그는 호소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