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코스피지수가 2년10개월 만에 1900선을 돌파했다.글로벌 유동성의 위력이 발휘되고 있다.증시 전문가들은 유동성의 힘이 워낙 강해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재정 문제나 원화 절상 등 불안 요소가 있지만 유동성이 악재를 압도하는 장이 지속될 것” 이라며 “코스피지수가 연내 2000정도까지 무난하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일 코스피지수는 25.01포인트(1.33%) 오른 1903.95로 마감,2007년 12월 27일(1908.62) 이후 처음으로 1900 고지를 밟았다.지난달 10일 1800선을 넘어선 뒤 한 달이 안 돼 1900선을 돌파했다.대장주 삼성전자가 2.59% 오른 것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3.0%) LG전자(1.05%) 하이닉스(2.86%) 등 주요 정보기술(IT) 주들이 동반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519억원을 사들이며 16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지난 7월14일 9072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밤 사이 미국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2.93포인트(0.21%) 오른 10967.65로 거래를 마쳐 11000선에 바짝 다가섰다.반면 S&P500지수는 0.78포인트(0.07%) 하락한 1159.97로 마감했고,나스닥지수는 2380.66으로 19.17포인트(0.8%) 떨어졌다.

미국 고용분석 업체인 ADP는 9월 민간 고용이 3만9000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하지만 고용지표 악화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정책을 서두를 것으로 평가되면서 다우지수는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제 실적 시즌이다.최근 국내 증시 상승을 두고 ‘유동성 장세’ 외에 ‘밸류에이션 장세’라는 설명도 나온다.탄탄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9배 수준이다.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을 당시 PER은 12배 수준이었고 최근 5년 간 PER은 8∼12배에서 움직이고 있다.추가 상승 부담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이제는 자동차·조선 등 최근 많이 오른 업종 대신 그동안 업황 부진 우려로 주가가 많이 빠진 IT주들이 반등하며 국내 증시의 레벨 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국내 증시 시총에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IT주가 부진하면 증시 상승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부장은 “경험적으로 국내 IT주는 비관론 일색일 때 주가가 오히려 반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미리 사 두는 ‘역발상 전략’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면에서 삼성전자가 오늘 발표하는 3분기 잠정 실적은 단순하게 실적발표 시즌을 알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삼성전자가 또 한번 5조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보여주는 지에 따라 이번 실적 시즌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가닥이 잡힐 것이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의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5조142억원에 비해 10% 정도 줄어드는 수준이었다.하지만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주말 “선진국 경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차별화된 제품과 협력업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3분기 실적은 선방했다”고 말하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3분기에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해석된 것이다.이달 들어 6일까지 추정 실적을 내놓은 10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조113억원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4분기가 IT 성수기인데도 선진국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우려는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상황” 이라며 “3조원대 초반의 ‘어닝 쇼크’만 나오지 않으면 삼성전자 주가나 국내 증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선 매분기 가장 일찍 실적을 발표해온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와 ‘펩시콜라’의 펩시코가 실적 발표를 한다.각각 산업재와 소비재를 대표하는 만큼 3분기 기업실적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