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 연말과 내년 초 '인사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철휘 전 사장의 사퇴로 최고경영자(CEO)가 한 달째 공석인 캠코가 곧 후임을 모집하기 위한 공고를 낼 예정이고 윤용로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12월20일 끝난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의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행장이 내년 3월 연임이나 교체가 결정되고,우리금융과 합병을 희망하는 하나금융도 김승유 회장과 김종열 사장,김정태 행장 모두 내년 3월이 임기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상훈 사장의 횡령 및 배임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와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CEO들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회사에 뚜렷한 주인이 없는 지배구조로 인해 인사 때마다 온갖 소문이 난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한때 '사외이사 자리도 청와대 재가 없이는 선임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의혹을 갖게 되는 풍토는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금융 선진화를 외치는 나라에서 금융회사의 CEO나 임원 자리가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겨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은행 같은 금융 공기업이나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의 경우 최고경영자 인사를 정부 입맛대로 하는 것까지 문제 삼기는 어렵다. 경영실적에 관계없이 임기만 되면 CEO를 바꾸는 '나눠먹기식 인사'야 비판받을 수 있지만 주인의 인사권에 시비를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순수 민간 은행에까지 정부의 입김이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불식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제기된 권력개입 논란으로 당사자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것도 이런 의혹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신한금융 사태도 자칫하면 정부의 인사 개입을 불러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을 사유물로 생각하는 듯한 일부 CEO들의 전횡은 견제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인사개입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 자율 없이 금융 선진화는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