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총회 연설서 주장..美 등 서방 대표단 반발 퇴장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세계 일각에서는 미국이 실질적으로 9.11 테러 공격의 배후에 있었다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연설이 진행되는 도중 미국 대표단을 중심으로 한 영국과 다른 유럽 지역의 서방 외교관들은 총회장에서 즉각 퇴장했고, 미 대표부는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연설에서 9.11 공격에 관한 세 가지 이론이 존재하고 있다며, 하나는 강력한 대규모 테러조직이 미국의 정보와 국방을 관통했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미국 정부 내 일부 세력이 미국의 쇠퇴하는 경제를 회복시키고 중동 장악력과 시오니스트 국가(이스라엘)를 구하기 위해 공격을 총지휘했다는 것이라면서, 다른 국가들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과 정치인들도 이(두 번째) 관점에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번째 시나리오로 9.11이 테러리스트가 한 짓이긴 하지만, 미국이 지원했고 그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위해 9.11 공격을 이용했으며, 이로 말미암아 수십만명이 숨졌다고 비난했다.

미국 대표단은 아마디네자드가 가장 강조한 두 번째 이론까지만 듣고 퇴장했다.

아마디네자드는 과거에도 9.11 테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유엔에 의한 독립적 조사를 주장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년 전 3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공격이 발생했던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불과 수십 블록 떨어진 곳에서 아마디네자드의 연설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아마디네자드의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즉각 성명을 통해 "아마디네자드는 이란 국민의 선의와 열망을 대변하기보다는 비열한 음모론과 반유대주의 비방.중상을 퍼뜨리는 쪽을 또다시 선택했다"며 "이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망상적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총회에서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종말에 이르렀다면서 결국에는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미국과 서방세계를 비난하면서,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도 "입증 불가능한 거짓말이며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 만들기를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말해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대표단이 연설 도중 퇴장하는 사태가 빚어졌었다.

한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핵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유엔 제재에 대해 "이는 불법이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이란의 핵구상은 단지 전기 생산을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는 것이라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다만 핵협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이란은 `정의와 존중'에 기반해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미국과 서방 세계는 이란에 대한 압박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