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일본은행이 급격한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6년6개월 만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고 주요국들 사이에선 이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일은의 시장개입은 전격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졌다. 지난 15일 하루 동안에만 2조엔을 내다팔았다. 도쿄는 물론 런던 뉴욕 시장에서도 엔화 매각이 이어졌고 추가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이에 따라 달러당 82엔대까지 솟구쳤던 엔화 가치는 85엔대로 밀리기도 했다. 일은의 전격적 외환시장 개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엔고로 인해 일본기업들이 가격경쟁력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관심은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다. 물론 우선 당장의 급등세에 제동을 거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기 후퇴,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에 대한 높은 선호도 등을 감안할 때 이런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일은의 시장 개입은 통화 평가절하 경쟁만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장 유로국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일방적인 행동은 국제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미 의회가 중국 위안화 환율 청문회를 곧 열려는 상황에서 일본이 '사고'를 쳐 워싱턴까지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각국이 수출 확대를 통해 경기침체 탈피를 도모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환율전쟁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주요국들 사이의 통화 전쟁은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원화 가치 절상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특히 현재의 원화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걱정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환율 급변이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기업들 또한 원화 가치 상승에 대비한 경영전략을 미리 마련해두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