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 심각하다더니..일하려는 주부들이 이렇게나 많네요"

9일 대전시청 1~3층 로비에서 열린 '대전여성 취업.창업 박람회'에 참가한 주부 김소영(29)씨는 "7년만에 일을 시작하려니 자격증도 없고 경력도 없어 힘들다"면서 "컴퓨터를 다루는 사무직에 근무하고 싶은데 요즘 같은 구직난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2003년 결혼하면서 다니던 대학의 피부미용과를 중퇴했으며 세 아들을 낳고 키우면서 7년동안 아르바이트 등 사회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일을 하게 되면 갓 돌 지난 막내아들도 어린이집에 맡겨야 할 텐데 걱정"이라면서 "정부에서 양육비 지원도 좋지만 젊은 엄마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직장 육아시설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박람회에는 시작 전부터 취업.창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이 사전 접수대에 몰리는 등 성황을 이뤘으며 오후 2시 현재 방문객이 5천여명에 이르는 등 구직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박람회에 마련된 채용정보 게시대에는 여성들이 모여 게시된 구인업체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업체를 살펴보며 연락처를 적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고등학생 아들 둘을 두고 있다는 이춘옥(56)씨는 "젊을 땐 피아노교사, 베이비시터 등을 해봤고 지금은 업체에서 포장업무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 아들들이 대학생이라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우리 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젖먹이 아기를 데리고 박람회장을 찾은 중국인 장하이유(32)씨는 "7년전 입국해 남편과 결혼한 뒤 안해본 일이 없다"면서 "아기보느라 1년동안 쉬고 다시 일하려 하는데 외국인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식당이나 공장밖에 없어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젖먹이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주부들에서부터 미혼 여성, 중년 여성,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할머니까지 다양한 이들이 박람회장을 찾아 대전여성 새로일하기 센터, 대전 YWCA센터 등 부스에서 취업 교육을 받고 이력서도 제출했다.

대전여성 새로일하기 센터의 한 자원봉사자는 "오전 10시 부스 문을 열자마자 30분만에 100여명이 몰려 취업 상담을 받았다"면서 "대부분의 주부들이 자격증도 없고 사회생활 경험도 전무한 사람이 많아 산후도우미나 베이비시터 등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람회장에는 직업심리검사, 지문적성검사 등 다양한 직업심리 검사를 비롯해 면접을 위한 이미지메이킹 상담, 자기소개서 등 서류작성법을 상담할 수 있는 코너, 리본공예ㆍ바리스타 체험 등의 부스가 마련돼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내 1~3층 로비에서는 시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공동 주최해 '여성 일과 함께 날다.

행복UP 희망UP'이라는 주제로 '2010 대전여성 취업.창업박람회'가 열려 해외취업을 알선하는 글로벌 취업관, 경력직 전문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헤드헌팅관 등 130여개 부스가 마련돼 참가자들에게 직업훈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구직활동을 지원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