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집안, 부족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명예살인' 범죄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매년 명예살인에 희생되는 여성의 수가 유엔이 집계한 5천명보다 4배나 많은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명예살인이 지역과 종교, 부족을 초월한 전 지구적으로 확산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 10개월간의 자체 취재 결과를 토대로 이라크 쿠르드족 거주지역과 요르단의 팔레스타인 난민지역, 파키스탄, 터키 등이 명예살인 범죄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지목했다.

이 밖에 다른 걸프지역 중동 국가와 레반트(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지역)에서도 명예살인이 횡행하고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영국과 벨기에, 러시아 등 유럽은 물론 북미의 캐나다 등 많은 서방국가에도 이미 오래전에 명예살인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명예살인에는 종교적 장벽도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명예살인이 일부 무슬림 종파의 전유물로 알고 있었지만, 힌두교도는 물론 일부 기독교 사회에서도 같은 유형의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요르단 여성단체들은 500만명 미만인 자국 내 기독교 집단에서 발생하는 명예살인 건수가 무슬림 커뮤니티에 비해 더 많다고 지적한다.

기독교 집단에서 명예살인에 희생되는 여성들은 대부분 무슬림 남성과의 결혼을 시도한 경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이 확인한 실제 명예살인 사례는 끔찍하기 이를 데가 없다.

특히 요르단과 이집트에서는 아버지가 친딸을 성폭행하고, 딸이 임신하자 가족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례가 있었다.

터키 남동부 아디야만에서는 16살의 여성이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의해 닭장 아래에 생매장당해 숨진 일도 있다.

2008년 소말리아에서는 13살 난 여자 아이가 간통 혐의로 목 아래까지 매장을 당한 채 50명의 남자가 집행한 투석형에 희생됐다.

이 아이는 단지 3명의 남성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죄밖에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 아이를 무장단체 알-샤바브가 운영하는 이슬람 재판소(키스마요)에 넘겨 투석형을 받도록 했다.

파키스탄 다다르키에서는 한 젊은 여성이 둘째 아이 출산 도중에 가족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뒤 하수구에 버려진 사건도 있었다.

발견 당시 이 여성의 얼굴은 난도질을 당해 찢겨 있었고, 자궁에서는 둘째 아이가 반쯤 모습을 드러낸 채였다.

(서울=연합뉴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