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눈치보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오랜만에 순매수에 나서며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과 중국(G2) 경기에 대한 우려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 회수를 억제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한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6일 만에 순매수

외국인은 18일 화학(707억원)과 전기전자(631억원)를 중심으로 모두 144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11일 '팔자' 우위로 돌아선 지 엿새 만이다. 이날 순매수 금액은 지난 4일(2058억원) 이후 가장 컸다. 외국인은 이달 초까지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가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매도 우위로 전환, 전날까지 닷새 동안 모두 1조2139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날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LG전자로 448억원을 순매수했다. 기아차(322억원)와 LG화학(189억원) 호남석유(137억원)도 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과 개인의 관망세가 지속된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코스피지수는 이날 6.96포인트(0.40%) 오른 1761.99로 마감하며 이틀째 강세를 이어갔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밤사이 발표된 미국의 산업생산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돼 외국인들이 다시 주식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팀장은 "미국의 지난달 공장 가동률이 74.8%로 신규 고용이 시작되는 75% 선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은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는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며 "2분기 실적시즌 이후 모멘텀 공백 속에 경기지표들이 둔화되면서 외국인이 이머징 전반에 대해 일시적으로 매도 우위를 보였다"고 전했다. 앞으로 발표될 경기지표 내용에 따라 단기적인 출렁임은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펀드로의 자금 유입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 · 이머징 선호 지속

미국이 연내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낮고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과 이머징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양정원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경기둔화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꾸준히 이익을 창출해내고 있다"며 "현금을 보유한 외국인 입장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한국 기업들을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BOA메릴린치가 이달초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들은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다시 '비중확대'로 전환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지난달 이익 모멘텀 둔화를 이유로 한국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내놨었다.

이머징 증시에 대한 선호 역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에 대해선 '비중축소'를 제시한 반면 이머징과 유럽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90% 이상이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답해 금융위기 이후 선호도가 가장 낮았다. 이머징 증시 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러시아,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순으로 한국은 15개 지역 중 8위를 기록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한국에 자금이 덜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간 유입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라며 "단기투자자금 일부가 빠져나갔지만 한국은 경기회복이 빠르고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탄탄해 장기자금들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지연/서보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