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기획총괄과도 증거인멸에 관여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검찰은 민간인을 직접 사찰한 점검1팀에서 압수한 컴퓨터 6대의 하드디스크가 전문적인 수법으로 손상 또는 삭제된 사실을 발견한 데 이어 11일 기획총괄과 사무실과 진모 전 기획총괄과장의 자택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서도 전산 자료와 관련 서류가 치워진 것으로 확인했다.

앞서 기획총괄과에서 임의 제출받은 컴퓨터 1대의 하드디스크 역시 자성이 강한 물질과 접촉해 완전히 훼손돼 있었다.

검찰은 기획총괄과가 외부 제보를 접수해 조사팀에 배당하는 등 총무 기능을 했다는 점에서 불법사찰의 착수 경위를 숨기려고 고의로 관련 자료를 빼돌리거나 파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획총괄과의 전산자료가 어떤 식으로 훼손됐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진 전 과장 자택에서도 컴퓨터나 수첩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원하는 자료가 없거나 필요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하드디스크 데이터 삭제에 사용된 `이레이저'라는 프로그램을 누구나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전문가가 아닌 내부자가 직접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이레이저는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통째로 지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삭제하고자 하는 폴더와 파일을 일일이 지정해야 하는데 검찰이 확보한 지원관실 자료 가운데 일부는 몇몇 폴더를 지우지 않아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부부의 사찰 정황을 담은 문건 등이 복원됐다.

검찰은 총리실 청사 출입기록과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의 수사기법을 동원해 이인규(구속기소) 전 지원관 등 주요 관계자들이 하드디스크가 훼손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지원관실 사무실을 들락거린 것이 아닌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