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장애인평가기준' 단일안 첫 마련
`복합통증증후군'도 장애평가 대상에 포함


국내에 30여개나 되는 장애평가기준을 단일화한 `한국장애평가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개발위원회(위원장 손명세)는 보건복지부와 대법원의 의뢰로 3년간의 연구 끝에 국내 장애평가 기준을 하나로 통일한 `한국장애평가기준' 최종안을 최근 완성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작업에는 대한의학회 산하 전문학회에서 3년간 모두 120여명의 전문의들이 참여했으며, 최종안은 국내 각 법률에 제시된 장애평가기준의 기본 지침으로 사용된다.

무엇보다 이번 단일화 기준이 절실했던 것은 보훈처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국내 각 기관에서 적용하는 장애평가기준이 달라 서로 다른 종류의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국민적 불편과 혼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장애평가기준은 미국의사협회가 제정한 장애평가기준을 국내 여건에 맞게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통합 장애평가기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장애평가를 의사 한 사람의 판단으로 결정했던데서 벗어나 주치의사는 장애평가에 필요한 자료만 제출하고, 최종 장애평가는 제3자가 하도록 함으로써 객관성을 담보한 점이다.

위원회는 "장애평가는 직접 진료를 했던 의사가 가장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객관성을 갖추기 어렵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치의는 평가에 필요한 소견만 제출하고, 장애 정도에 대한 판정은 해당 환자를 진료하지 않았으면서 장애평가기준과 방법의 아는 의사가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장애의 범주에 들지 않아 평가조차 받을 수 없었던 복합통증증후군에 의한 장애와 내분비 장애, 종양-혈액 장애에 대해서도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위원회는 "통증증후군 장애는 미국에만 있었던 평가항목"이라며 "향후 통증과 관련한 장애평가는 적절한 평가도구가 마련되고 적정 수준의 합의가 마련되면 이를 반영키로 한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그동안의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의 유형을 15개로 나누고, 유형에 따라 장애인의 차별을 둔 것과 달리 유형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장애 정도에 따른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즉 직업이나 일을 떠나 사람으로서 생활하는 데 겪는 어려움의 정도를 의미하는 `신체손상(장애)율'을 장애 평가의 기준으로 채택함으로써 사회경제적 요인과 환경을 고려한 최종 복지등급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장애평가는 1년이 지나도 증상의 변화가 3%를 넘지 않는 `고정상태'에서 평가하도록 했으며, 증상이 고정된 경우라도 앞으로 증상의 변화가 예상된다면 반드시 2년 뒤에 다시 평가하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뒀다.

손명세 위원장(연세대의대 교수)은 "그동안에는 장애인 평가기준이 중구난방이어서 혼돈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악용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의학계 차원의 장애평가기준 단일안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법원의 손해배상 심판이나 정부의 장애판정 등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