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750선을 넘어서면서 펀드 환매가 잇따르고 있지만 환매 자금이 대부분 증시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고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가 0%대에 머물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환매 자금이 대기성 상품에 머물면서 재투자 시기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은행 예금 증가세는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

◇예금 증가세 둔화..CMA잔액은 사상 최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펀드 잔액은 7월말 현재 71조8천752억원으로 전월말보다 1조1천221억원 줄면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들 은행의 펀드 잔액이 감소한 것은 판매 부진이라기보다 대규모 펀드 환매에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년전 코스피지수 1,700∼1800선에서 펀드에 가입했던 고객들이 최근 주가 상승으로 원금이 회복되자 환매 욕구가 강해져 은행권 전체적으로 많은 물량의 환매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은행의 총수신도 줄었다는 점이다.

5개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7월말 현재 658조2천353억원으로 전월말보다 1조1천518억원이 감소했다.

총수신 잔액은 5월 14조3천721억원이나 급증했지만 6월에는 4조2천957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쳤고 지난달에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석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요구불예금 역시 전달보다 1조7천846억원이 줄면서 석달만에 감소했다.

그동안 시중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였던 정기예금도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7월 중 정기예금은 금리인상에 힘입어 6조1천724억원이 늘었지만 증가액은 5월의 10조9천149억원에서 6월 8조5천64억원 등으로 둔화하고 있다.

반면 7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22일 기준 CMA 잔액은 43조2천990억원으로 지난 4월28일 세웠던 종전 최고치(42조4천43억원)를 넘어섰다.

7월말 기준으로 CMA 계좌수는 1천95만개로 6월말 대비 10만3천개(0.95%)가 증가했다.

법인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전달보다 감소한 반면 개인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7월중 35억원이 늘었다.

◇"증시 조정 때 재투자"

이처럼 펀드 환매 자금이 계속 증시 주변에 머무는 것은 대안 투자처가 마땅치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예금금리를 올렸지만 1년 만기 예금금리가 여전히 4% 안팎에 불과해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부동산 시장 역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환매 자금은 다시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최봉수 PB팀장은 "10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던 한 고객은 최근 주가가 오르자 5억원을 환매해 일부는 중국 본토 펀드에 투자하고 일부는 MMF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재투자 용도로 넣어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환매하는 고객들 대부분은 주가가 1,700선 밑으로 조정을 받으면 환매 자금을 재투자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희 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강남PB센터 팀장은 "그동안 펀드 보유자산이 80% 이상이었던 거액자산가들이 이번 기회에 이익을 실현한 뒤 펀드 비중을 50%로 줄이고, 환매 자금을 맞춤형 사모펀드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에 넣어두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의 박승호 평촌PB센터 팀장도 "애초에 펀드 자산에 배분됐던 자금이기 때문에 은행 예금으로 돌리지는 않는다"며 "단기 상품에 잠시 한두달 쉬었다가 주가가 1,700선 밑으로 조정을 받으면 다시 증시로 투자될 자금"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