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운영하는 63스카이아트 미술관은 바캉스 시즌을 맞아 기획전 '한국 근 · 현대미술 거장전'을 열고 있다. 63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출입문 정면에서부터 박수근의 정물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맞은편에는 김환기의 대형 추상화 '월광'이 걸려있다. 이중섭의 '꽃과 노란 어린이'를 비롯해 남관 김창열 오지호 도상봉 권옥연 장욱진씨 등의 작품 65점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화그룹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에르메스코리아,크라운 · 해태제과,샘표식품 등 기업들이 운영하는 전시관에서 다채로운 여름 기획전이 펼쳐지고 있다. 휴가철 도심 미술관에서 더위를 식히며 작품을 감상하는 '아캉스(art+vacance)족'을 겨냥한 전시회다.

음료 상품과 조형 미학을 연계시킨 코리아나 미술관의 '코카콜라-월드'전(9월12일까지)은 코카콜라 관련 작품 390여점을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희귀 콜라병부터 스노보드,전화기 모형의 코카콜라 용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보며 미술여행을 할 수 있다.

피서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현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진정한 '쉼'과 '놂'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크라운 · 해태제과의 '섬머 페스티벌-과자의 꿈'전(28일~8월8일)이다. 강릉 경포대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송운창,성낙중,염시권씨 등 21명의 최근작을 감상하며 '문화휴가'를 즐겨볼 만하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코리아는 여름 바캉스 기획전으로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 작가(박진아 배종헌 양아치)의 작품전을 마련했다.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피서객들에게 젊은 미술가들의 작품을 알리며 고급 패션문화도 함께 보여준다.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의 일주&선화갤러리는 '강익중과 진 하이스틴의 만남'전을 열고 있다. 1층 전시장에 놓인 설치 작가 강익중씨의 가로 31m 세로 3m짜리 '2010 아름다운 강산'이 시선을 끈다. 서울 소공동 대한항공(일우스페이스)의 구리 조각가 정광호씨 개인전,샘표식품(이천 공장 '샘표 스페이스')의 '흔들리는 화면-추상의 시작'전,안국약품(갤러리AG)의 '서바이벌 키트'전,롯데백화점의 '변시지 개인전'도 볼거리다.

기업들은 아트와 상업의 경계를 허물고 회사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전시공간을 만들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미술 분야에 뛰어든 기업은 한화 63시티 그룹(63스카이아트미술관)을 비롯해 하이트맥주(하이트 컬렉션),욕조회사 로얄토토(로얄갤러리),도서출판 박영사(갤러리 박영),KT&G(상상마당),곤지암 리조트(갤러리 다르) 등 줄잡아 50여곳에 달한다. 미술 문화가 명품의 콘텐츠로 활용됨에 따라 총체적인 아트디렉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시 공간도 백화점,호텔,사옥 로비,매장,공장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국내 기업들도 최근 스토리 마케팅 시대에 맞게 미술관 형태의 소장품 전시에서 벗어나 회사 이미지와 직원들의 감성지수를 높이고 근로 의욕을 북돋워주면서 회사 수익까지 올리는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