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제139회 브리티시오픈에서 최경주(40)가 그립이 두개가 달린 퍼터를 들고 나와 이색적인 어드레스로 공을 굴려 눈길을 끌었다.

골퍼들이 보통 퍼트라인과 평행으로 서서 옆으로 공을 굴리는 모습과는 달리 최경주는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 즉 홀을 정면으로 보고 퍼트를 했다.

망치 같은 막대기로 공을 쳐서 6개의 기둥문을 통과시키는 경기인 크로케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크로케 스타일 퍼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최경주의 이색 퍼트는 이미 40여년 전 골프계의 전설 샘 스니드(미국.1912∼2002년)가 시도했던 방식이었다.

스니드는 1936년 웨스트버지니아 클로즈드 프로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1965년 그레이터 그린스보로 오픈까지 통산 82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동시대에 활약했던 스타 플레이어 벤 호건(미국)이 스윙 개조와 훈련, 연구에 몰두했던 학구파였다면 유연한 스윙으로 장타를 뿜어냈던 스니드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 선수로도 유명했다.

그만큼 골프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스니드도 나이가 들면서 퍼트 입스가 찾아와 위기를 맞았다.

이 때 스니드가 고안해 낸 것이 `크로케 퍼트'였다.

당시에도 스니드의 퍼트는 큰 화제가 됐지만 1968년 미국골프협회(USGA)는 이 기이한(?) 퍼트를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골프 규정 16-1e/2 "플레이어가 볼 튀 퍼트선의 연장선을 걸터 선 스탠스로 플레이를 하면 2벌타를 받는다"라는 조항은 이 때 만들어진 것이다.

USGA가 이 규정을 만든 배경은 확실하지 않지만 스니드는 회고록에서 마스터스 대회의 공동 창립자인 보비 존스(미국)가 당시 USGA 회장에게 "저런 이상한 퍼트는 없어져야 돼"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크로케 퍼트는 규정 위반이 됐지만 스니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니드는 퍼트선을 양발로 걸터서지 않고 한쪽으로 두발을 모으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다.

스니드는 "언젠가 잉글랜드에 갔을 때 70세가 넘어 보이는 노인이 이런 방법으로 퍼트하는 모습을 보고 착안했다"며 "어릴 때 마구간 뒤에서 말 편자를 던지고 놀았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니드는 그립이 두개가 달린 퍼터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왼손으로 그립 끝을 잡고 오른손으로 샤프트 하단부를 잡고 볼을 굴리는 모습은 최경주의 퍼트와 비슷하다.

이 퍼트는 홀을 정면으로 보기 때문에 퍼트라인으로 정확하게 공을 보낼 수 있고 두손으로 그립을 잡았을 때 발생하는 손목 꺾임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퍼트가 짧은 거리에서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먼 거리에서는 거리 조절을 하기 힘들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한 골프 전문가는 "최경주가 브리티시오픈이 열린 올드코스에서 이같은 퍼트 스타일을 사용한 것은 무리수였다"며 "유럽선수들은 올드코스에서 그린과 멀리 볼이 떨어졌더라도 바닥이 딱딱해 웨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퍼터로 굴리는 작전을 썼다"고 말했다.

결과만 놓고 볼 때 최경주는 컷 탈락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내 크로케 퍼트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한번에 `땡그랑' 소리를 들으려는 골퍼들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새로운 퍼터나 퍼트 방식은 끊임없이 개발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