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양현종에 이어 9일 만에 돌아온 해결사 최희섭도 소속팀 KIA의 연패 늪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KIA가 8일 잠실구장에서 두산에 2-5로 패해 16연패를 당했다.

지난달 17일 한화와 경기에서 시즌 34승째를 거둔 뒤 21일간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서 선수들의 얼굴에서 웃음은 진작 사라졌다.

이날 경기 전 KIA 선수단에서 승리를 예감한 이는 드물었다.

두산 선발투수가 김선우였던 탓에 전날 그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홍상삼과 꼭 대결했어야 했다는 푸념만 오갔다.

전날 경기는 갑자기 내린 국지성 소나기로 취소됐다.

다만 최희섭이 정상 출전한 게 그나마 기대감을 줬다.

최희섭은 6월29일 SK와 경기에서 상대 1루수 이호준과 1루에서 충돌, 가슴을 다쳐 그동안 쉬었다.

최희섭은 KIA 타자 중에서 타율(0.304)과 득점권 타율(0.360)이 가장 높았지만 이날 자신에게 온 두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1회 1사 1,2루의 선취점 기회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고 0-3으로 뒤지다 1점을 만회한 5회 2사 만루에서도 또 삼진으로 물러났다.

통증 탓인지 스윙이 날카롭지 못했고 결국 두산 배터리의 볼배합을 읽지 못했다.

호투하던 KIA 선발투수 서재응이 1-3이던 6회 2사 후 2루타와 3루타를 얻어맞고 2점을 주면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타선은 숱한 찬스를 잡고도 점수를 못 뽑고 투수는 한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악순환이 이날도 반복됐다.

불펜 난조도 KIA 침몰의 결정적인 노릇을 했지만 최근에는 극심한 방망이 부진이 직격탄을 날렸다.

KIA는 연패 과정에서 선제점을 얻고 앞서가는 야구를 거의 하지 못했다.

12연패 이후부터는 전날 선발 투수를 제외한 전 투수에게 불펜 대기명령을 내리는 등 하루라도 빨리 연패 터널에서 벗어나고자 고육책을 쥐어짰지만 점수를 못 얻는데다 선발 투수가 조기에 무너지면서 총력전을 퍼부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최희섭이 정상 컨디션이 아닌데다 작년 홈런(36개)ㆍ타점(127개) 2관왕에 오른 김상현이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공백이 너무 크다.

KIA의 한 코치는 "이렇게 연패가 길어질지 몰랐다.

중간에 분명히 연패를 끊을 찬스가 있었지만 아쉽게 날렸다"면서 "나 뿐 아니라 선수들 모두가 1승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코치는 "모두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엇박자가 이어진다"며 한탄했다.

KIA는 7일에는 기분 전환을 위해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동영상을 단체 관람했고 지난해 KIA 타선이 홈런군단으로 변신하는 데 도움을 준 마쓰바라 마코토 타격 인스트럭터를 사흘 전 데려오는 등 연패탈출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투타에서 1승을 책임질 '슈퍼맨'이 나오지 않는 이상 연패 수렁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