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대검 세미나서 주장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무조건 처벌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고려해 일정한 범위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대검에 따르면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대검 미래기획단 주최로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피의사실공표의 허용범위와 한계'라는 논문을 통해 "피의자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형법에 피의사실공표죄를 두고 있지만, 인격권도 일정한 경우 제한될 수 있으므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은 심각한 범죄를 국민에게 알릴 책무도 있으므로 중대범죄의 수사과정이나 결과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공표가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이때 공표의 필요성과 공익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과 정확성, 공표절차와 형식의 정당성, 표현방법의 적절성 등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신상은 익명이 지켜져야 하지만 정치인, 공직자, 극도의 흉악범죄자 등은 예외적으로 실명공표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라는 인식을 심어줄 내용을 표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서인선 대검연구관은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처벌규정이 없이 일정한 요건에 따라 기소되기 전 사건의 공표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진실한 사실을 공표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미국은 실질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졌거나 수사사실을 알려 대중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는 사건, 기타 공익을 위한 경우는 기소전 수사내용 공개를 허용하고 있고, 일본은 형법에 피의사실 공표의 공익성을 인정해 처벌되지 않도록 특칙을 두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다른 토론자인 이제훈 국민일보 기자는 "피의자는 기소되기 전에 20∼30일 구금될 수 있는데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알권리는 상당히 침해될 것"이라며 "공소제기전 피의사건 보도가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나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을 막는 기능도 한다"고 주장했다.

■피의사실공표죄 =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수행자나 감독ㆍ보조자가 직무중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