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의사가 말기암으로 고통받는 환자18명에게 진통제를 과다 투여해 안락사시켰다고 고백해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정부가 운영하는 1차 진료기관인 GP 의사인 호워드 마틴(75)은 19일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죽으려는 것을 도왔는데 그들이 죽음을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도 큰 고통을 겪고 있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적 연민에 따른 것으로 가망이 없는 중증 환자를 안락사시켰다"면서 "후회는 없다"고 주장했다.

호워드는 "현행법으로는 고통받는 환자를 의사가 자애로운 방법으로 도울 수가 없다"면서 "경찰이 재조사에 착수한다면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안락사시켰다고 인정한 환자 중에는 31세의 젊은 나이로 암투병중이었던 아들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존엄을 지키게 하는 것 외에 내가 아들을 위해 뭘 할 수 있겠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유족들 사이에서는 호워드의 행위를 옹호하는 사람이 많지만 일부는 안락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의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실제 해리 기튼씨의 경우 헤로인 투여로 안락사시키지 않았다면 회복이 가능했을 수 있는데도 가족들에게 암이 펴졌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영국의사협회는 호워드가 환자 18명을 안락사시킨 것으로 보고 지난 18일 그의 의사 면허를 박탈했다.

호워드는 지난 2004년 3명의 환자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무죄로 석방된 적이 있다.

경찰은 조만간 이번 사건에 대한 재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영국은 지난 2005년 일사부재리원칙을 폐기해 꼼짝할 수 없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을 경우 동일한 범행에 대해 다시 재판해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도와줄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 병원을 찾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BBC 방송에 출연해 에이즈로 죽어가는 연인을 안락사켰었다고 고백해 안락사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humane@yna.co.kr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