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신화로 빚은 그리스 전설을 밟다
지중해 연안의 고대유적은 거의 로마시대 것들이다. 여행객들은 그 웅장한 원형극장이며 당당한 열주회랑에서 독창적인 로마 문화를 떠올리며 탄성을 자아낸다. 그러나 로마 문화는 한낱 복사본에 불과하다. 서양문명의 원천이라고 할 그리스 문화가 그 원전이다. 서양문명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어김없이 닿게 된다는 그리스의 문화는 과연 어떤 것일까. 그리스의 중심 아테네로 향한다.

◆웅장한 신들의 영역

아테네가 그리스의 중심이라면,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의 심장 격이다. 아크로폴리스는 '높다'는 뜻의 '아크로스( akros)'와 '도시국가'라는 의미의 '폴리스(polis)'가 합쳐진 말.과연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해 있다. 동남북 삼면은 가파른 절벽이다. 서쪽 볼레의 문을 통해 올라간다.

그리스 아테네‥신화로 빚은 그리스 전설을 밟다
언덕 정상의 파르테논 신전이 시선을 압도한다. 도시의 수호신이었던 아테나 파르테노스 여신(처녀 아테나)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세웠다. 그리스에 있는 도리아 양식 신전 중에서 제일 크다고 한다.

신전 양끝에 각 8개,각 면에 17개의 도리아 양식 기둥이 있다. 모든 기둥은 안쪽으로 약간씩 기울어 있다. 신전을 더 조화롭고 완벽한 형태로 보이게 하기 위한 착시현상까지 계산에 넣은 것이라고 한다.

화려한 조각에 색을 칠하고 도금을 한 프리즈(건축물의 안팎에 붙인 띠 모양의 장식물)가 신전을 빙 둘렀으며 그 시대의 여러 전쟁역사도 새겨넣었다고 한다. 신전은 어찌나 화려하게 채색됐던지 그리스 작가 플루타코스는 "도시를 음란한 여자처럼 도금하고 있다"며 불평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파르테논 신전 옆에 에렉테이온 신전이 있다. 이 신전이 있는 곳은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장소라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은 전시기념관 성격이었고,에렉테이온 신전이 진짜 신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아테네의 수호신이 되기 위해 삼지창으로 샘물을 만든 포세이돈과 올리브 나무를 심은 아테네가 경쟁한 자리다. 신전은 특히 이오니아 양식의 아름다운 여인상 기둥 6개가 지붕을 받치고 서 있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유적 위의 문화원류

아크로폴리스에서는 아테네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아크로폴리스 언덕 남쪽 기슭에 있는 헤로데스 아트쿠스 오데온이란 노천극장이 멋있다. 기원전 161년에 건립된 이 극장은 그리스 출신 음악가 야니의 아크로폴리스 공연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디오니소스 극장에는 디오니소스를 모신 신전 2개와 극장이 있다. 기원전 6세기쯤 건설된 그리스 최고의 극장이다. 건립 당시엔 1만7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 동남쪽에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이 있다. 제우스 신전은 높이 17m,둘레 1.67m의 기둥 104개로 세워진 그리스 최대의 신전으로,황금으로 만든 제우스 동상도 모셨다. 지금은 폐허가 돼 16개의 기둥만 남아 있으며,이 중 한 개는 쓰러진 채로 있다.

아크로폴리스 서북쪽에는 고대 아고라 유적이 있다. 아고라는 '시장' 또는 '광장'을 뜻하는 말.법원과 시장이 들어선 사회활동의 중심지였다. '너 자신을 알라'고 설파했던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철학을 논한 곳이며 서기 49년 사도 바울이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섰던 곳도 이 아고라였다고 한다. 헤파이스토스 신전이 복원돼 있다. 대장장이 신에게 바쳐진 이 신전은 그리스에서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도리아식 신전으로 꼽힌다.

신타그마 광장은 아테네 여행의 기점.신타그마는 헌법광장이란 뜻이다. 1843년 최초의 헌법이 공포된 곳이어서 그렇게 불린다. 이 광장에서 뻗어나간 거리에 쇼핑시설이 발달돼 있다.

광장 정면에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그리스 전통의상을 착용한 근위병이 두 개의 초소에 서 있다. 때가 되면 자리를 바꾸려고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일요일에 열리는 전체 근위병 사열식도 좋은 구경거리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그리스 아테네‥신화로 빚은 그리스 전설을 밟다
■ 여행TIP

그리스의 정식 국명은 헬레닉공화국이다. 수도는 아테네다.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 남단에 있다. 북쪽은 알바니아,마케도니아,불가리아,터키와 800㎞에 달하는 긴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나머지 삼면은 에게해,지중해,이오니아해에 둘러싸여 있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60% 정도.섬이 많아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인구는 1100만명.95%가 그리스정교를 믿는다. 한국보다 7시간 늦다.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는 서머타임을 실시해 6시간 늦다. 220V 전기를 쓴다. 유로존 국가로 유로화를 쓴다. 요즘 환율은 현금매입 기준 1유로에 1524원 선.지중해성 기후 특성을 보인다. 여름에는 고온건조하며 겨울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아테네행 직항편은 없다. 유럽 내 다른 도시로 향하는 노선을 타고 가 환승하거나 동남아 또는 중동의 도시를 경유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