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통장을 허락없이 가져가 예금을 인출한 뒤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면 은행에 대한 사기 외에 통장 절도죄도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회사 통장을 훔쳐 예금을 인출한 혐의 등(사기, 절도 등)으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절도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재물을 승낙없이 사용하는 경우 재물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됐다면 소유권을 침해할 의사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김씨가 통장을 허가없이 사용해 예금 1천만원을 인출함으로써 통장 자체가 가지는 예금액 증명기능이라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됐다"며 "사용후 바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하더라도 그 소모된 가치를 불법적으로 취득하려는 의사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7년 사무실에서 회사 소유 통장을 몰래 가져나와 은행에서 1천만원을 인출하고 돌려놓은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은행에 대한 사기 등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통장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려는 의사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절도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