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축구대표팀 태극전사들은 30일 밤(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의 쿠프슈타인 아레나서 열린 벨라루스와 친선경기에서 0-1로 지고 나서 하나같이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었다.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 제출 전 마지막 평가전이자 본선 첫 경기 상대인 그리스를 겨냥한 모의고사였던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도 아니고, 주축들이 대거 빠진 벨라루스를 맞아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다 결국 무릎 꿇었다.

선수들은 고지대 적응을 하면서 처음 치른 경기라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반 45분만 뛴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오스트리아 도착 후 첫 경기라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우리 대표팀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비 조직력에서 약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는 대화를 통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데 큰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잘 준비하면 된다"면서 "어느 팀이나 모든 경기를 잘할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찾아 보여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역시 선발 출전해 전반만 뛴 미드필더 이청용(볼턴)은 "그리스를 대비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청용은 "몸이 무거웠다.

선배들이 고지대에서 훈련하면 1주 정도 지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하던데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다"고 선수들의 현재 몸 상태가 제 경기력을 발휘하기에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패배보다도 곽태휘의 부상이 가장 안타까웠다"면서 "스페인과 마지막 평가전(6월4일)에서는 부상 선수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페인을 이겨 좋은 분위기로 남아공으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풀타임을 뛴 오른쪽 풀백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우리 선수들의 몸이 무겁다 보니 나가서 압박해야 할 때에 한 박자씩 늦어 상대가 돌아서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줬다"고 패인을 꼽았다.

그는 이어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잔디도 깊고 상대는 힘이 좋았다.

100% 준비가 안되면 어떤 상대라도 어려운 경기를 할 수 있다"면서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이므로 배우고 고쳐 나가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선 첫 경기다"며 이날 패배가 월드컵 본선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앙수비수 조용형(제주)도 고지대, 잔디 등 낯선 환경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지적하면서 "전반전에 갑자기 곽태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수비 조직력을 새로 맞춰가야 해 힘들었다.

최종엔트리에 대한 부담없이 최대한 즐기려 했는데 전반적으로 협력 플레이가 잘 안 됐다"고 밝혔다.

후반전만 뛴 염기훈(수원)은 "45분을 뛰었는데 평지보다 훨씬 힘들었다.

선수들이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해 점유율도 상대에 뒤졌다"면서 "세트피스에서는 좀더 연습하면 좋은 장면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쿠프슈타인<오스트리아>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