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는 마지막 기착지인 오스트리아에 도착해 처음 실시한 훈련은 일본과 평가전을 치르고 바로 장거리 이동을 한 데 따른 컨디션 회복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훈련 이틀째, 아직 몸도 덜 풀린 선수들을 기다리는 것은 `체력 테스트'다.

27일 오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캄플 훈련구장에서 첫 훈련을 지휘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내일은 체력 테스트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평지에서 측정했을 때와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다"고 덧붙였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의 성공 열쇠 중 하나는 바로 고지대 적응이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본선 조별리그 2차전을 해발 1천753m의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허 감독이 남아공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전훈 캠프로 해발 1천200m에 가까운 노이슈티프트를 고른 것도 그 때문이다.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일기도 했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선수들을 위해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저산소방'을 운영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해 2월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이란 원정경기를 위해 테헤란에 들어가서도 첫 훈련 때 선수들의 심박 수부터 측정했다.

역시 해발 1천200m대인 고지대 테헤란에서 선수들의 심박 수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선수별 심박 수와 회복속도 등의 자료를 근거로 세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간격을 달리해 운동장 네 바퀴를 도는 1천m 달리기를 총 4회 실시했다.

물론 차두리(프라이부르크)처럼 조금만 뛰어도 맥박이 심하게 빨라져 테스트 결과가 늘 나쁘게 나오는 선수도 있지만, 허정무 감독은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선수들의 몸 상태를 꾸준히 체크해 왔다.

그리고 체력 테스트 결과는 월드컵 엔트리를 정하는 데도 기본 자료로 사용해 왔다.

올 초부터는 네덜란드축구협회 소속의 닐스 데 브리스씨가 합류해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대표팀 피지컬트레이너와 함께 선수들의 체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날 중순부터는 선수들의 체력 및 경기력 향상을 위해 훈련 시 무선 송수신기의 신호를 사용해 선수 개개인의 체력 및 전술 수행 능력을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무선 경기력 측정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번 오스트리아 전훈은 물론 남아공에서도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직전까지 사용한다.

태극전사들의 체력테스트는 일반적으로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20m 왕복 달리기(셔틀런)로 진행된다.

`요요테스트'라고도 부르는 셔틀런은 선수들의 가슴에 심장박동 측정 센서를 부착하고 무선 전송장치를 통해 피로 회복 속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됐던 테스트이기도 하다.

테스트 강도가 높아 선수들에게는 악명이 높다.

허 감독은 새해 첫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지난해 12월 말 체력 테스트를 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지훈련 멤버 25명을 가려냈다.

1월 스페인 전지훈련 때, 그리고 3월 영국 런던에서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앞두고도 훈련을 겸한 약식 체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노이슈티프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