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내증시는 변동성 장세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말 미국 증시가 그리스 구제안에 대한 독일의 의회승인과 고용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하락세를 기록했고, 서유럽 국가들의 급락 장세도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 방안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국면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주를 기점으로 차츰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독일의 의회승인으로 사실상 그리스에 대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1100억 유로 구제금융 제공이 확정됐다. 따라서 그동안 제기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장은 이전보다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재무장관 긴급회의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9일(현지시간)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0시) 브뤼셀에서 모여 긴급 회의를 진행했고, 당초 예정됐던 오후 6
시(한국시간 10일 새벽 1시)를 넘겨 난상토론을 벌였다.

핵심의제는 EU 구제금융기금 조성을 골자로 한 항구적 '재정안정 메커니즘'의 구축과 회원국 재정건전성에 대한 감독 강화, 신용평가회사 등 금융시장 참여자에 대한 규제강화 등으로 알려져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유럽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책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구체적인 윤곽이 알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 결과가 남유럽 재정위기 진정의 분수령이 될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증시, 천수답(天水畓) 장세 예상"

신한금융투자는 당분간 해외 변수에 휘둘리는 천수답(天水畓)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빗물에만 의존해야 하는 천수답과 같이 외국인 수급 추이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외부 동향과 외국인 수급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전략을 맞춰 나가는 수동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의 유럽 전체 금융권 직접 타격 가능성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의 확산 여부, 국내증시 내부적으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 장기화 여부 등이 최근 급락장세에서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세 가지 이슈의 향후 전개 추이에 따라서 글로벌 증시와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주 국내 증시도 외부변수에 휘둘리는 천수답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매도에 따른 증시 충격 위험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증시에서 최근 2거래일 동안 2조원을 순매도한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공세는 사실상 가장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변수"라며 "지난해 FTSE선진국지수 편입을 계기로 유입된 영국계 4조6000억원 등 유럽계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빠져나간다면 국내증시는 또한번의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이미 외국인 자금이 상당 부분 출회됐고 그리스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아 외국인 매도 규모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개연성은 있다"면서 "외부 동향과 외국인 수급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전략을 맞춰나가는 수동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하나대투증권 "상승 추세 안 꺾여..반도체·車 기회"

하나대투증권은 유럽 문제로 인해 시장의 추세가 꺾였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은 지금이 오히려 매수기회라고 밝혔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증시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이 아닌 만큼 주식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다만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기술적으로 코스피지수 1600선 지지력 여부를 확인하면서 대응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조정 시 담아야 할 업종을 고민한다면 반도체와 자동차"라며 "금융과 조선, 건설은 부담스러운 업종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신규일자리가 예상보다 크게 느는 등 미 고용시장의 개선이 남유럽 문제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주 주말에 발표되는 미국 소비지표가 단기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남유럽 재정문제가 뉴스 중심에서 벗어나면 지수는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1600선대 초반에서 날카로운 조정 마무리"

신영증권은 국내증시가 코스피지수 1600선대 초반에서 날카로운 가격조정을 마무리하고 기간조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남유럽 불길의 진화과정과 서유럽의 공조 및 대응, 한국경제 영향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남유럽 금융위기가 근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를 되돌릴 변수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서유럽 증시의 급락으로 적극적인 대응책이 모색되면서 이번주에 유럽 사태는 고비를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 팀장은 "국내증시는 코스피지수 1600선대 초반에서 가격 조정을 완성하고 연초처럼 한 달 정도의 기간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600선이 무너진다고 해고 그것은 일시적이며 하반기 강세장에 대비한 주식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증권 "결국 펀더멘털에 수렴..저점·분할매수"

현대증권은 글로벌 증시 급락의 주된 요인은 불확실성이라며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고 결국 시장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주말 미국 증시가 그리스 구제안에 대한 독일의 의회승인과 고용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도 전날 사상 초유의 장중 급락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방안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주를 기점으로 차츰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의 의회승인으로 사실상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1100억 유로 구제금융 제공이 확정되면서 그동안 제기된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시장은 이전보다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배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 장세가 좀 더 연장될 수 있고,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펀더멘털로 볼때 저가 매수의 기회로 판단되는 만큼 매수 관점에서는 철저히 저점, 분할매수 전략의 대응이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B투자증권 "1600선 접근 시 분할매수"

KTB투자증권은 코스피 지수가 추가적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1600선 접근 시 분할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 박석현 애널리스트는 "지난 주말 유럽과 미국 증시 동반 급락이 이번주 초반 한국 증시 추가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위기 해소가 단번에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기본적인 투자전략은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고, 주목해야 할 지수대는 1600선 전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상황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와 비교하기는 이른 시점이고, 세계 위험선호 지표인 호주 달러가 지난 주말 반등에 성공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박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또한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남유럽 국가 CDS(신용부도스와프) 스프레드가 진정된 가운데 유럽 금융기관과 달리 미국 금융기관 CDS 스프레드는 하락세를 보이는 등 차별화된 흐름을 보여 위기가 점차 안정될 수 있다는 판단 근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주말 유럽과 미국증시가 동반 급락세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코스피 지수가 1630선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코스피 지수의 다음 지지선은 PBR(주가순자산비율) 1.24배인 1580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