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압수물의 증거채택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정한익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위원장 등 교사와 공무원 33명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전교조 내부 회의록 등 문서와 이메일을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법원에서 전교조 본부에서 시국선언 관련 자료를 압수할 수 있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데스크톱 컴퓨터 3대와 서버 컴퓨터 10대를 압수했고 검찰은 당시 경찰이 서버 등에서 확보한 자료 일부를 증거로 신청했다.

변호인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때는 시국선언과 관련된 자료를 압수하도록 한 것인데 서버에서 이와 무관한 자료까지 확보해서 제출했다면 이는 증거 능력이 없다"며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압수한 이메일을 증거로 신청한 것과 관련해 "이메일은 감청영장에 의한 감청 대상이지 압수의 대상이 아니며 압수수색 사실을 통지하지도 않는 등 절차가 위법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시국 선언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한 자료이며 앞서 압수수색에 대한 전교조의 준항고를 법원이 기각하는 등 증거로서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 가운데 사립학교 교원이 공립학교 교원의 국가공무원법 위반 사건의 공범이 될 수 있는지, 시국선언 기자회견이나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서명만 한 교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이 쟁점으로 제기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10일 한 차례 공판 준비기일을 열고 증거 채택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 등은 지난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그간 전국 법원에서 이들과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나 공무원에게 유ㆍ무죄가 엇갈린 1심 판결을 선고했다.

이들 사건은 애초 단독판사에게 배당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통일적이고 시범적인 처리가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해 단독판사 3인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심리하기로 재정합의 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