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은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 줌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이것이 그분의 꿈이었고,이제는 우리 모두의 꿈이 됐습니다. 그분이 실천하신 사랑과 나눔을 더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몸소 보여준 나눔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설립한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 염수정 주교(사진)는 30일 이같이 밝혔다. 다음 달 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리는 창립식을 앞두고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김 추기경은 불의 앞에서는 엄하셨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다정다감하고 자애로운 분이셨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안구와 각막을 기증하며 나눔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셨죠.특히 말씀보다 삶을 통해 이웃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셨기에 지금도 많은 분들이 그분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워하고 그 빈 자리를 아쉬워하는 것 아닐까요. "

'바보의 나눔'(www.babo.or.kr) 재단은 이런 시대적 요청에 적극 화답해 서울대교구가 만든 모금 · 나눔 법인.창립식을 계기로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올바른 나눔문화 발전을 위한 정책연구 및 제도개선 사업,개인 및 단체들이 참여하는 공익기금 조성,기업과 사회의 상생발전을 위한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소외계층을 위한 국내외 공익사업 지원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우리 재단은 김 추기경이 생전에 강조하셨던 말씀을 기본 정신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하면서 내건 사목표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와 가난한 이에 대한 우선적 배려,그리고 유언으로 남기신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가 그것입니다. "

이에 따라 '바보의 나눔'은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지역 · 종교 · 국경을 초월한 나눔을 지향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먼저 관심을 갖고 사랑을 베풀며,어린이부터 청소년,성인에 이르기까지 나눔의 정신을 교육하고 확산시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창립식 이후에는 우선 개인과 단체,기업을 대상으로 모금사업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김 추기경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많은 분들이 그분의 정신을 잇고 실천하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후원자를 모아야죠.사실 이미 많은 사회복지단체들이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나눔 실천이 꼴찌입니다. 그러나 국민 중에는 나눔 활동에 참여하려는 뜻을 가진 분이 많습니다. 이들의 뜻을 모으고 나누는 일을 '바보의 나눔'이 하려는 겁니다. "

'바보의 나눔'은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다문화가정,주민등록은 있어도 실제 도와줄 사람이 없는 행려인 등을 우선적으로 찾아가 도와줄 예정이다. 모금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모인 재원은 쌓아 두지 않고 그해에 다 쓸 계획이다.

염 주교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김 추기경의 마지막 말씀이 국민의 마음을 사랑의 고리로 연결시켜 이웃 사랑과 헌신,나눔운동이 사회 전반에 크게 일어났다"며 "나눔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꿈을 실현하는 데 우리 '바보의 나눔'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02)727-2504~8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