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범죄자도, 영웅도 아니다"

아사히신문은 26일 석간 사회면에서 재일동포 차별에 항의하며 야쿠자를 총기로 살해한 권희로(權禧老)씨가 부산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재일동포 2세 강상중 도쿄대 교수의 코멘트를 실었다.

신문에 따르면 강씨는 "잘못을 저지른 전(前) 죄수가 영웅인 건 아니지만, 단순한 범죄자도 아니다"라며 "재일동포 4세, 5세의 시대가 되어 권씨에 대한 기억은 사라져도, 그가 부딪쳐야 했던 한일 간 과거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병합 100년인 해에 숨졌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다"라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과 도쿄신문은 권씨의 사망 소식을 사회면 사이드톱 기사로 비중 있게 다뤘다.

마이니치신문은 권씨가 1968년에 일으킨 야쿠자 살인과 시즈오카현 후지미야 여관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자세하게 소개한 뒤 당시 인질의 한 사람이었던 여관 주인 모치즈키 에이코(望月英子)씨의 "추도의 뜻을 표명한다.

사건으로부터 40여 년간 사건과 관계가 있는 인생을 살아왔지만 이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반응을 실었다.

권씨의 재판 내내 대리인으로 일한 야마네 지로(山根二郞) 변호사는 "'김희로 사건'은 뿌리깊게 남아있던 재일 한국인 차별 문제에 강한 충격과 함께 빛을 비춘 사건이었다"며 "권씨는 일어나서 분노의 목소리를 뿜어낸 셈"이라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연합뉴스를 인용해 권씨가 "유골의 반은 선친의 고향인 부산 영도 앞바다에 뿌려주고, 반은 시즈오카현 어머니 묘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