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유족이나 철거민 스트레스도 치유 대상

고문이나 강력범죄 등 반인권적 행위로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입은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인권 클리닉'이 국내 최초로 내달 문을 연다.

인권의학연구소(www.imhr.or.kr)는 서울 마포구의 연구소에 인권 클리닉을 개설해 다음 달부터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상담ㆍ치료를 한다고 26일 밝혔다.

지금까지 인권침해 피해자를 치유하는 역할은 일반 병원 정신과나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이 맡았고, 이를 전문적, 포괄적으로 다루는 의료기관은 없었다.

인권 클리닉에서는 전문 임상심리사가 피해자와 1차 상담하고서 피해 정도와 사안에 따라 정신과와 내과, 산부인과 등 분야에서 연구소와 함께 활동하는 현직 전문의가 치료해 준다.

특히 '김길태 사건'과 같은 살인ㆍ성폭력 피해자 유가족의 정신적 상처와 민주화 운동가의 고문 후유증, 철거민의 스트레스 등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라고 연구소 측은 전했다.

일선 병원이 '가정폭력 피해자 클리닉'과 같은 특성화 치유시설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고자 치료 사례를 토대로 의사와 간호사를 교육하는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이화영(내과전문의. 연세대 외래교수) 인권의학연구소 소장은 "인권 유린으로 생기는 정신적 피해를 개인의 적응 장애 정도로 무시해선 안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이런 상처를 사회 전체의 고통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고문피해자치유센터(CVT)와 같은 기관들이 외국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다며, 국내 의료인들이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운다면 금세 치유의 기반이 정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의학연구소는 2003년 미국 조지메이슨대 국제분쟁연구소에 유학하며 인권 피해자 치료의 개념을 접한 이 소장이 의사와 시민사회계 인사들과 함께 작년 7월 설립했다.

클리닉의 상담 신청은 전화(02-711-7588)와 이메일(compassion@imhr.or.kr)로 받는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