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7일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모처럼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매수세는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공히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수면 아래로 잠복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6606억원,선물시장에서 4225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11일을 제외하고 꾸준히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날은 매수 규모가 이례적으로 컸으며 작년 11월19일(6771억원)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전날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김중수 OECD 대사가 신임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되자 외국인이 자신감을 갖고 한국 주식을 주워담았다"고 분석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유지키로 하는 등 유럽발 호재도 외국인의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73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853억원) 포스코(582억원) 우리금융(370억원) 기아차(216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황 센터장은 "대형주의 부진이 최근 지수 상승폭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이었다"며 "외국인이 전기전자 · 운수장비 업종의 대형주를 편입하기 시작한 점은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