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이 대형 생명보험사 상장의 신호탄을 올렸다. 지난 10일 공모주 청약을 마치고 오는 1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생보사의 상장이 단기적으로는 수급 부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매수 유입과 금리 상승 리스크 완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0일 대한생명의 상장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의 공모주 청약 최종 집계결과 일반투자자는 총 4342만6000주 모집에 10억2924만주를 청약했다. 청약증거금(전체 청약금액의 50%)은 4조2198억원을 넘었고,평균 경쟁률은 23.7 대 1로 나타났다.

개별 증권사 경쟁률로 보면 우리투자증권이 27.75 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IBK투자증권 24.03 대 1,현대증권 22.81 대 1,대우증권 22.76 대 1,한화증권 22.47 대 1,동양종금증권 21.99 대 1 등으로 집계됐다.

당초 예상보다 낮은 공모가격으로 우려도 많았지만 가격 매력이 있다고 판단한 기관·개인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 상장도 4~5월께 예정돼 있다.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공모금액만으로도 2009년 전체 기업공개(IPO) 규모인 3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코스피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래에셋생명도 올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코스피 시장의 주식 공급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황빈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를 결정할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 증가에 다른 주가 하락 압력 가능성이 있어 경계심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2위 생보사인 다이치생명과 중국의 인민보험 등도 신규 상장할 예정이어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기존 한국투자 내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경우 다른 종목들에 대한 매도 압력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덱스 펀드들의 시가총액 비중별 편입 재조정에 따라 다른 업종 및 종목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상장 후 업종별 시가총액 순위에서 보험업종의 증가가 눈에 띄는 반면 전기, 전자업종의 경우 0.6%포인트 가량의 비중 축소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종목별 인덱스 재조정 수요를 계산하면 신한지주와 하이닉스에 각각 20만주와 17만주의 매도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형 생보사 상장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김철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MSCI한국지수가 5월 재조정되는데 이때 대한생명이 편입된다면 국내 증시에 외국인의 추가 매수 수요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빈아 애널리스트도 "한국 생보사 규모는 전세계 8위로 경쟁력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국가별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출구전략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보사 상장이 출구전략 리스크를 완화시켜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생명, 삼성생명 등의 상장으로 금리 상승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보험업종의 비중이 높아지면 코스피는 금리 상승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된다"며 "하반기 금리 상승기에 보험업종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난다면, 코스피는 출구전략에도 바닥을 다지면서 견고하게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