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10대가 집에서 잠자던 8세 여아를 납치.살해한뒤 동네 하수도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25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지난 21일 밤 퀸즐랜드주 중부 분다버그 한 주택에서 잠자던 8세의 트리티니 베이츠가 납치된지 하루만에 집 근처 하수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베이츠 부모로부터 실종신고를 받고 즉시 수사에 나서 베이츠를 살해한 범인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19세의 앨린 존 슬레이터를 검거했다.

그의 범행 동기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슬레이터는 지난 24일 분다버그 치안법원에 출두했다.

큰 키에 노란색 머리를 한 슬레이터는 맨발로 수갑을 찬 채 법원 청문이 실시되는 동안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법원 청문회에는 그의 가족들이 나와 지켜봤다.

법원측은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청문회를 공개했다.

법원 밖에서는 슬레이트를 비난하는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주민 제시 맥도월(27.여)은 슬레이터를 태운 경찰 호송차를 향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몹시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고 절규했다.

맥도월은 "베이츠 가족은 정말 완벽한 가정이었다"며 "베이츠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다"고 울먹였다.

슬레이터 측 변호사는 보석을 신청할지를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가 보석을 신청한다고 해도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슬레이터의 살인 행위를 둘러싼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진정해 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경찰은 슬레이터 검거 사실이 알려진 직후 개설된 인터넷사이트 대화방에 무려 300여명의 주민들이 가입해 그의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등 분개하고 나서자 문제의 사이트에 대해 집중적인 감시에 나섰다.

경찰은 "주민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한다"면서 "주민들은 주장을 행동에 옮기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24일 밤에는 한 성당에서 베이츠 추모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퀸즐랜드주 주도 브리즈번의 한 학교에서 12세 된 엘리어트 플레처가 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주민들은 "평화로운 퀸즐랜드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며 슬퍼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