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주가 은퇴할 경우 은퇴 전에 비해 소비를 9% 이상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18일 '은퇴와 가계소비 간 관계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은퇴 후 가계소비는 9.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은퇴를 연령이 50세 이상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30시간 미만인 경우로 정의했다.

소비 항목별로 봤을 때는 차량유지비가 20.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감소폭이 가장 컸다. 다음은 피복비 대중교통비 통신비 생필품 구입비 등을 지칭하는 기타 소비(14.1%),교육비(11.8%) 등이 뒤를 이었다. 김현정 미시경제연구실장은 "출퇴근이나 취업 유지를 위한 지출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자산 규모별로는 최하위 계층인 1분위의 타격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의 소비 감소폭은 17.1%로 전체 9.3%에 비해 2배가량 컸다. 1분위 평균 금융자산 보유액과 부동산자산 보유액이 각각 160만원과 440만원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위에 속하는 세대주가 은퇴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한은은 현재는 세대주가 은퇴 전이지만 갑작스럽게 은퇴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소비 감소폭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평균적으로 소비가 14.6% 감소하며 자산 규모 1분위의 경우 감소폭이 24%에 이르렀다.

김 실장은 이에 따라 향후 은퇴자 증가에 따른 대책을 수립할 때 최하위 자산 계층 및 비자발적 은퇴자에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임금피크제 도입 △중고령층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의 대책을 다양하게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금피크제에 대해 "임금피크제 실시로 청년층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이 제한적이며 향후 중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와는 별도로 2006년 기준 은퇴세대에 대한 통계를 낸 결과 평균 금융자산은 2211만원,부동산자산 1억7059만원,부채 1248만원,연간 가처분소득 2077만원 등으로 파악했다. 비은퇴세대의 경우 평균 금융자산은 1752만원,부동산자산 2억592만원,부채 2376만원,연간 가처분소득 3732만원 등이다. 은퇴세대의 연간 소비액은 평균 862만원으로 비은퇴세대의 1295만원에 비해 33%나 적었다.

김 실장은 "은퇴라는 변수만 놓고 보면 소비가 9% 줄지만 이 통계엔 연령대별 활동량,자녀 양육 또는 교육비 차이 등 다른 변수가 포함돼 있어 지출액 차이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