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중용...與野, 정씨 전성시대 만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4일 단행한 당직 개편은 승계형 대표로서의 한계 극복과 함께 본격적인 `제색깔 내기' 차원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지난해 9월 8일 취임한 뒤 근 5개월 만에 자신의 의지대로 당 체제를 정비했다.

물론 사무총장과 대변인, 지방선거기획위원장 등 새로 임명한 4자리 중 3자리를 친이(친이명박)계로 채움으로써 온전한 의미의 `정몽준 체제'를 갖춘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친이와의 협력 틀 속에 자신의 구상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친박(친박근혜)계는 한 명도 없다.

이번 당직개편의 핵심은 단연 사무총장이다.

정 대표는 자신과 불화를 빚어 온 장광근 전 사무총장을 교체하고 그 후임에 3선의 정병국 의원을 임명했다.

비록 같은 친이계지만 자신이 직접 사무총장을 천거해 임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는 평가다.

당장 정 대표의 당 장악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대표가 친이계의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장 전 사무총장을 교체한 것 자체가 이런 관측과 무관치 않다.

정 대표는 앞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무총장 교체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강력히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소장개혁파의 원조인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과 정미경 대변인, 정두언 지방기획위원장을 발탁한 것도 의미가 있다.

젊은 의원들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당의 이미지를 신선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고, 나아가 차기 대권 예비주자로서 당 안팎의 젊은 층을 겨냥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 개편에는 당내 중도실용 진영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남경필 정두언 의원은 현재 소장개혁 그룹인 `통합과 실용'의 핵심 멤버이고, 정병국 의원은 과거 원조 소장파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멤버로 이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개편으로 한나라당에 `4정(鄭) 시대'가 열렸다는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대표에 이어 정양석 대표 비서실장, 정병국 사무총장, 정미경 대변인 등 주요 4개 당직을 정씨가 차지한 것을 빗댄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나아가 정 대표와 정운찬 총리,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당정청 3정,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 등을 연결시켜 `정씨 전성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