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자취를 감췄던 절도 혐의 피고인이 음식점에서 남의 신발을 몰래 신고 갔다가 덜미를 잡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26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절도 등 전과 9범인 허모(41)씨는 지난해 5월 지인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텔레비전을 훔쳐간 혐의로 같은 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 기일이 통보됐으나 허씨는 일절 출석하지 않은 채 자취를 감췄고, 재판부는 허씨에 대한 구금영장을 발부한 상태였다.

그러던 허씨는 지난 19일 경찰에게 붙잡혀 검찰로 넘겨졌고, 법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최근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의 한 해장국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자신의 낡은 신발 대신 8만원짜리 남의 새 운동화를 몰래 신고 갔다가 이 장면이 찍힌 CCTV 자료를 토대로 한 경찰의 수사망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 사안은 영장이 청구될 정도로 무거운 사건은 아니었으나 40만원을 훔친 또 다른 혐의로 청주지검이 지명수배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주지검은 영장 청구서에서 "범죄 내용은 경미하나 누범이며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도주 행각을 벌인 만큼 계속해 범행을 저지를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법원은 허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형사소송법 상 구속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으나 허씨는 바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허씨가 저지른 절도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불출석을 이유로 구금영장을 발부한 탓에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곧바로 교도소에 갇힌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는 불구속 기소된 후 휴대전화도 없앤 채 잠적했었다"면서 "이번 사건이 없었어도 잡히기는 했겠지만 제 버릇 못 버리고 신발을 또다시 훔쳤다가 어처구니 없이 검거됐다"고 혀를 찼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