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도개선안에 대검 형사정책단 신설 응수
사법개혁 주도권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 예상

시국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 논란에서 비롯돼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 시민사회 단체들의 대립으로까지 번졌던 사법갈등 사태가 사법제도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옮겨가면서 법원과 검찰의 막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사법갈등 사태의 뿌리가 법원 주도로 이뤄진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검찰의 누적된 불만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소모적인 과정을 거친 끝에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태를 가급적 서둘러 종결한다는 원칙하에 일부 개선안을 내놨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미진하다는 입장이고, 검찰 또한 자체적인 개혁 일정에 점차 속도를 낼 태세여서 법원과 검찰의 주도권 다툼이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26일 대법원이 내놓은 개선안에 대해 임시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입법조치를 통한 사법제도 개혁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법원내 진보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해체와 순수한 의미의 경력법관제 도입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책 마련을 요구, 사법부의 개선안과 별도의 개혁을 추진해 나갈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대법원은 수도권 일대의 법원장들이 참가하는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재정합의제도 활용과 경력법관 형사단독 배치 등을 골자로 한 법관인사제도 개선안을 내놨으며, 이는 정치권에 사법개혁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됐다.

자칫 정치권에 떼밀려 사법제도를 손봐야 할 경우 수년간 공들여 기틀을 닦아온 '공판중심주의'나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검찰청도 정치권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논의되는 검찰개혁 과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형사정책단을 전격적으로 구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는 '좌편향 불공정 판결'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법원이 한발 물러선 틈을 타, 이번 사법개혁 논의를 영장항고제, 중요참고인 구인제도, 양형기준법 제정, 사법방해죄 신설 등 숙원사업을 실현하는 기회로 삼고자하는 사전포석으로 이해된다.

검찰은 형사정책단을 통해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사기피제 도입 등 법원보다 검찰을 초점을 맞춘 개혁과제를 내세우는 야권에 대한 대응논리를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 주변에선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는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는 향후 법원보다 검찰에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지난주 출범시킨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제에 대한 보완 및 영장항고제 도입, 법원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적용, 법관의 엘리트코스로 인식되는 법원행정처 개선 요구도 있다"며 법원을 본격 압박하고 나섰다.

향후 사법개혁 정국에서 대법원이 기존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불공정 판결 시비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검찰이 그동안의 불만을 일거에 떨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