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대가'로 알려진 스티븐 로스(Stephen A. Ross)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21일 "키코는 수출 기업의 환 헤지를 위한 적합한 상품이며 은행과 기업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구조가 아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로스 교수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변현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D사와 외환은행 및 우리은행 간 재판에 은행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지난해 12월 17일 기업 측 증인으로 나왔던 로버트 엥글 미 뉴욕대 교수가 "키코는 기업보다 은행의 기대이익이 훨씬 크게 설계된 불공정한 상품"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로스 교수는 "키코는 환율이 하향 안정 추세였던 당시 상황에 맞게 단순 선물환을 변형한 상품으로, 기업들의 환 헤지 수요에 맞춰 기업에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을 대등하게 교환한 합리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키코 거래에서 은행이 폭리를 취했다는 엥글 교수와 기업 측의 주장에 대해 "은행이 수취한 마진은 전체 계약금의 0.3∼0.8% 정도로, 다른 금융상품 거래 사례에 비춰 적절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환율 상승 때 기업의 손실이 배의 속도로 증가한다는 기업 측 주장에 대해선 "환율이 상승하면 키코 계약에서는 손실이 나더라도 기업들이 보유한 외화 실물자산(달러화)에서는 이익이 발생해 양자가 상쇄된다"며 "이것이 바로 파생상품을 이용한 헤지의 기본원리"라고 설명했다.

즉 환율 상승으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업이 애초 헤지 목적이 아니라 외화 실물자산을 보유하지도 않은 채 투기적 목적으로 키코 계약을 체결한 것임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로스 교수는 지적했다.

`은행 마진이 기업의 기대이익의 764배에 이르도록 과다하게 산정됐다'고 분석한 원고 기업측 보고서에 대해서도 "은행의 수익을 실제보다 과장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옵션 가격을 산정해 터무니없이 높은 결과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로스 교수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와튼 스쿨과 예일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MIT 경영대학원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 재무학회 회장을 지냈다.

경영학 교재인 `기업금융'의 저자이기도 하며 재정가격결정이론, 위험중립 가치평가이론 등 금융자산 가치 평가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