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기피신청 결론따라 대응수위 달라질듯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로 촉발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이번주를 고비로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대법원이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대한 비판이 한계를 넘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고 엄중 경고한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용산참사 재판부 기피신청 의견서를 내거나 강 의원 사건을 항소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검찰과의 갈등 장기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용산사건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의 결론을 이르면 금주 안에 내리고, 수사기록 공개를 둘러싼 즉시항고에 대해서도 가급적 서둘러 입장 정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국면이 진정세로 접어드느냐, 오히려 악화되느냐는 재판부 기피신청과 즉시항고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놓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4일 법원의 수사기록 공개에 대해 서울고법과 대법원에 각각 재판부 기피신청과 즉시항고를 한데 이어 18일 두 조치와 관련한 의견서를 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용산재판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들은 주말에도 출근해 법리 검토 작업을 벌였고 의견서의 대략적인 윤곽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는 이번에 취한 두가지 조치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국 법원이 결정하기 때문에 현재로서 법원의 결론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는 상태다.

다만 검찰은 극히 이례적으로 재판부 기피신청과 즉시항고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법원의 부당한 결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편 이상 법원도 그만큼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으며, 결론 도출 과정 역시 전례없이 신중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문제를 제기했고,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한 듯 법원 측에서도 검찰이 제기한 즉시항고나 재판부 기피신청의 결과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대법원은 "즉시항고는 반드시 대상이 되는 법률 규정에 불복 수단이나 절차로서 명시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라면서도 마땅한 불복 수단이 없을 경우 이뤄진 특별항고 등을 심리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심리 자체는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석준 공보관은 "고법 재판부가 서류 검토 등 기계적인 작업을 거쳐 1∼2주 후 기록을 넘기면 대법원은 2∼3일 뒤 담당 재판부를 결정하고 심리하게 된다"며 "이번 사안은 워낙 사회적 관심이 높아서 신속히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재판부 기피신청이나 즉시항고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재판부 기피신청은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나 `제척 사유에 해당되는 때'에 낼 수 있는데, 제척 사유는 법관이 전심 재판 또는 그 기초가 되는 조사, 심리에 관여한 때 등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때만 해당된다.

한 변호사는 "현 재판부가 1심 재판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게 없고, 법원 입장에선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도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면 기피 신청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참사 사건의 수사기록 공개에 대한 즉시항고 역시 이미 수사기록이 변호인에게 공개된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선 검찰 스스로도 중요 사건의 재판을 맡은 사법부의 `일방통행'에 위법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의 이번 충돌이 형사소송 절차나 사법부의 성향 등에 대한 수년간 누적돼온 검찰의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된데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쉽사리 장담할 수 없다는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을 서울고법이 기각할 경우 검찰은 대법원에 다시 즉시항고할 수 있어서 이 사안도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결론날 가능성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