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에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눈이 내려 시내 대부분 도로가 마비됐지만 서초구 서래마을의 한 언덕길에는 신기하게도 눈이 쌓이지 않았다.

비밀은 바로 도로 밑에 깔린 열선. 폭 6m, 길이 40m의 이 언덕길에는 자동차 바퀴의 폭에 맞춰 3m 간격으로 40m 길이의 열선 두 줄이 언덕길을 따라 깔려 있어 눈이 도로면에 닿자마자 녹아버린다.

인근 주민은 서초구청에서 열선을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이 열선은 1995년 언덕길 옆에 한 빌라가 들어서면서 시공사에서 설치한 것으로, 빌라 주민이 유지비를 모두 부담하고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옛 삼성본관과 삼성생명 건물 사이 언덕길에도 미끄럼 방지를 위한 열선이 깔려있다.

삼성은 2004년 12월 겨울철에 얼음판으로 변하기 쉬운 서울 태평로 본관 인근 도로 밑에 열선을 깔아 눈, 비가 와도 차나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는 '스노 히팅코일' 시스템을 설비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도 작동하고 있으며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4일에도 삼성 본관 인근 억덕에는 눈이 쌓이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일차적으로는 직원들의 낙상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한 장비이지만 지역 상인과 지나가는 시민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 또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도로가 얼어붙는 것을 막으려고 열선을 설치한 곳은 몇 군데 있지만, 현재 서울시내에 서울시나 자치구가 설치해 운영하는 열선 도로는 한 곳도 없다.

2008년까지 강변북로 서빙고 램프에 결빙방지용 열선이 깔렸고, 마장동 내부순환도로 사근램프에는 염화칼슘 수용액 살포장치가 설치돼 있었으나 지난해 모두 철거됐다.

이유는 잔고장이 많고 유지·보수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5일 "도로에 열선이나 염화칼슘 수용액 살포장치를 설치하면 폭설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겨울철에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유지하기에는 예산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습 결빙지역이나 주요간선도로의 언덕길 등에는 열선 등을 설치해 미리 도로가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제설작업을 벌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