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원일어린이집.주차장의 어린이집 노란 버스 주위에서 "와~" 하는 아이들의 탄성이 터졌다. 어린이집 버스 문에 '천사의 날개'가 달린 때문이었다. 버스 문을 열자 '어린이가 내려요,STOP'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천사의 날개가 문 앞에 접혀져 나왔다. 오토바이 등이 멀리서도 어린이집 버스가 정차했음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천사의 날개란 어린이집이나 스쿨버스에 부착하는 '승 · 하차보호기'를 말한다. 천사의 날개처럼 생긴 데다 또 다른 천사인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작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 및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천사의 날개 달아주기' 캠페인을 무료로 펼치고 있다. 원일어린이집은 올해 1004번째로 천사의 날개를 부착한 어린이집이 됐다.

◆올해 1004개 보급한 천사의 날개

현대 · 기아차가 천사의 날개 달아주기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2008년 10월.어린이 안전문화 캠페인을 펼치던 중 어린이집과 유치원 버스가 정차하는데 아무런 표지판이 없어 너무 위험하다는 데 착안했다. 승 · 하차 때 매년 3000여명의 어린이가 사고를 당한다는 통계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침 천사의 날개란 승 · 하차보호기를 발명한 김성훈 아이디어테크 대표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현대 · 기아차는 6개월 동안 디자인 작업 등을 실시했다. 이후 '해피웨이 드라이브(www.happyway-drive.com)'라는 사이트를 개설한 뒤 천사의 날개 달아주기 캠페인을 펼쳤다. 각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500여개의 어린이집 버스에 천사의 날개를 달아줬다. 올해는 대상을 1004개로 확대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국 1만여개 어린이집에서 천사의 날개를 달아달라고 신청했다. 현대 · 기아차는 △장애인시설 △영 · 유아시설 △일반 어린이집 등 순서로 대상을 선별했다. 500번째 '천사의 날개'는 백령도에 있는 '백령어린이집' 버스에 부착했다. 백령어린이집 최미향 원장은 "백령도는 군사적 요충지라 군부대의 훈련차량 이동이 잦은데 스쿨버스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나서 아이들의 등 · 하교길이 한결 안전해졌다"며 "다른 누구보다 학부모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1004번째 천사의 날개를 부착한 원일어린이집의 문순애 원장도 "작은 아이디어지만 어린이집에서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이 천사의 날개"라며 "이를 계기로 어린이 교통안전에 모든 어른들이 더욱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도 인기

어린이집 버스에 천사의 날개를 부착한 뒤 원일어린이집 어린이 50여명은 지하강당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소속인 어머니 교통강사로부터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을 들었다. "녹색불이 깜빡거리면 어떻게 하지요?"라고 강사가 묻자 "얼른 뛰어서 건너지요"라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아니에요"를 합창한다. "녹색불이 꺼질 때까지 안전선 안에서 안전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어린이들은 입을 모았다.

어린이들은 스티커를 붙이며 스스로 교통안전을 체득할 수 있게 만들어진 교통안전 교재를 갖고 두 시간 동안 교통안전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옆에 만들어진 모의 횡단보도에서 실제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원일어린이집의 김수한 어린이는 "스티커 교재를 갖고 직접 실습까지 해보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며 "스티커 교재를 엄마에게 자랑해야겠다"고 말했다.

현대 · 기아차가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을 시작한 것은 2002년.수억원을 들여 교재를 자체 제작했다. 작년부터는 천사의 날개 신청과 함께 교통안전 교육 신청도 같이 받고 있다. 올해만 781개 어린이집에서 교육 신청이 들어왔다. 교통안전강사들의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어린이 교통안전 체험관 개설도

현대 · 기아차는 안전한 교통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세이프 무브(safe move)'캠페인에 심혈을 쏟고 있다. 천사의 날개 달아주기와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도 그 일환이다. 현대 · 기아차는 올해 어린이 교통안전 체험관인 '키즈 오토파크'도 열었다. 3000㎡ 규모의 부지에 오토가상체험시설,면허시험장,오토부스 등 다양한 교육시설과 각종 부대시설 등 최신 인프라를 갖췄다. 연간 1만2000명의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는 △입체 동영상을 통한 교통사고 위험상황 가상 체험 △안전벨트 착용 체험 △보행안전 교육 및 실습 △어린이 모터카 주행 체험 등 철저히 체험 실습 위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어린이 교통안전 면허증'도 발급해주고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운동 실천대회'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뮤지컬인 '노노이야기'를 순회 공연하고 있다. 어린이 교통안전 유공 대상자를 선발해 표창 및 공로패를 수여하고 '어린이-운전자 10대 실천수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